13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본 무대를 앞두고 화끈한 전초전을 치렀다.
LG 김기태, 두산 김진욱 등 양팀 감독과 선수 대표들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에 대한 출사표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양팀 감독들과 이병규, 봉중근(이상 LG), 홍성흔, 유희관(이상 두산)이 참석해 숨겨뒀던 입담을 뽐냈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한 것은 2000년 플레이오프가 마지막이다. 7전4선승제로 치러졌던 당시 시리즈에서는 두산이 4승2패로 승리를 거뒀다.
오랜만에 재연된 '지하철 시리즈'의 당사자들은 박빙의 시리즈를 예상했다. 김진욱 감독과 양팀 선수 등 5명은 모두 4차전 승부를 내다봤고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 5차전에 가서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김기태 감독은 "즐길 준비는 끝났다"면서 선전을 다짐했다. 김기태 감독은 "휴식기 동안 연습경기와 함께 선수 부상 회복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경기 감각은 페넌트레이스를 치러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김기태 감독은 실수와 두산의 기동력을 최고의 적으로 꼽았다.
"두산은 빠른 선수가 많은데다 장타력도 겸비했다"고 평가한 김기태 감독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가 적어야 할 것 같다. 상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하는 경기이기에 실수가 없어야 한다. 선수들과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기동력을 저지하기 위한 포수 운용에 대해서는 "아직 엔트리에 2명을 넣을지 3명을 넣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포수를 3명 쓰면 야수 1명을 빼야 하는데 수비나 대주자 활용폭이 떨어진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끌고 가면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하지만 감각과 분위기만큼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장담했다.
김진욱 감독은 "넥센하고 할 때도 불리하다는 평이 많았다. 딛고 일어선 선수들이 대단하다"면서 "체력은 고갈됐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미라클 두산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최대 약점은 얇은 불펜진이다. 이로 인해 5차전까지 거듭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를 두 차례나 불펜 등판시켜야 했다.
김 감독은 "기존 불펜 선수들이 지쳤지만 있는 선수들로 잘 운용하겠다"며 엔트리 교체가 없음을 시사했다.
니퍼트의 활용에 대해서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과 5차전에서 불펜 투수로 나왔기에 컨디션을 체크해봐야 한다. 어떻게 쓸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라이벌전인만큼 선수들의 각오 역시 평소와는 달랐다. 특히 마지막 지하철 시리즈를 경험한 주장 이병규와 홍성흔의 신경전이 날카로웠다.
포문은 당시 승리팀에 몸담고 있던 홍성흔이 열었다. 홍성흔은 "당시 '우동수 트리오' (중심타선의 우즈-김동주-심정수를 일컫는 말)의 펀치력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팀 컬러가 조금 다르다. 빠른 발과 기동력이 장착됐고 중장거리 타자가 많다. 2000년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LG의 속을 긁었다.
이병규는 기억이 안 난다고 잡아뗐다. 그는 "원래 지난 것은 빨리 잊고 싶은 경향이 있다. 나쁜 것은 잘 기억이 안 난다"며 "2000년이 아닌 2013년 10월16일부터 기억하고 싶다"고 그때와는 다른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두 팀은 16일부터 5전3선승제의 일전에 돌입한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두 팀은 이동없이 잠실구장에서만 경기를 치른다. 1,2,5차전은 LG가, 3,4차전은 두산이 1루 홈팀 더그아웃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