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작품 한 점 없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은 15만여 점, 프랑스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은 7만여 점, 영국의 테이트 모던은 7만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7000여 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뉴욕현대미술관 소장품의 4.7%에 불과하다.
외국은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기관에 대한 미술품 기증을 위한 각종 혜택으로 기증이 활성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소장품의 80% 이상이 기증품이다.
지난 4월에도 에스티 로더의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피카소 33점, 브라크 17점, 레제 14점 등 거장의 작품을 포함한 미술품 78점(10억 달러 상당)을 내놨다.
외국박물관과 비교할 때 소장품이 질적·양적으로 저조함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미술품 구입예산은 31억원에 불과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옥션에 나온 이중섭의 '황소'(낙찰가 35억6000만원), '길 떠나는 가족'(경매가 20억원) 등의 유명 작품을 사들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기업 등에 기부나 기증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박 의원은 "외국 미술관은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관광의 필수 장소로 자리 잡았다"며 "법적 제약으로 기증 요청이 어렵다면 기증자에 대한 우대 등으로 기증을 유도해야 함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자를 위한 상설전시실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서울관을 개관하면 기증자를 우대해 기증을 활성화시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