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수 싸이(35)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를 휩쓸며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됐다.
뮤직비디오는 연일 '유튜브'에서 최고조회 수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1위를 차지했다. 영국과 미국의 음악차트를 동시에 석권했고 해외 방송들도 '열풍'을 앞 다퉈 보도했다.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는 외국인의 동영상도 화제가 됐다. 덩달아 '한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9일 한글날을 앞두고 만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가 각양각색이었으나 모두 한류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하지만 각자의 고향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사관에서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나 한국어 교재가 있는지 잘 모르는 탓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압둘입니다. 우간다에서 왔어요."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압둘(Abdul·32)은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국학 수업을 들으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다.
한국에 온지 한 달여 밖에 안됐다는 그는 벌써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다며 또박또박 "감자탕 주세요"를 외쳤다.
압둘은 우간다에서 유튜브의 '코리안101 클래스(Korean101 class)'와 '비지아톰(Busyatom)' 페이지를 통해 처음 한국어를 공부했다. 코리안101 클래스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비지아톰에서는 기본적인 일상대화를 배웠다.
그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대사관이나 민간 차원에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면서도 "한국어 강좌가 열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유튜브로 혼자 배우기보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된다면 훨씬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독일에서 온 에바(Eva·22·여)는 지난해 9월부터 연세대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에바는 "최근 한국 음악의 인기가 높아져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단어는 같지만 뜻이 전혀 다른 단어가 재미있고 억양도 신기하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아버지의 친한 친구인 한국인에게서 14살 때부터 한국어를 취미로 배웠다. 독일에서 한국 영화를 보며 혼자 공부하기도 했다.
에바는 독일에서 한국어 교재를 찾아보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손꼽았다. 또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한국인 친구가 많이 없어 함께 공부하는 독일인이나 중국인 친구들과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온 도로시(Dorothy·28·여)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석사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필리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진 않았다. 다만 한류에 관심이 많아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 특히 '파리의 연인'에 출연한 박신양과 김정은 커플을 좋아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도로시는 한국 대사관에서 열리는 한국어 수업이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대사관이 집과 너무 멀어서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며 "혼자 공부하기에 한글이 어렵지 않지만 문법은 영어와 달라 배우기 어려웠고 발음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한국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전문가는 정부 차원의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중섭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한국학이나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정규교육 과정과 교재는 이미 많이 있다"면서도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홍보가 잘 돼 있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정보 안내와 공유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한류 확산과 한국 문화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