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의료선교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비전으로 열린 제13차 의료선교대회가 700여 명의 의료인 및 의료사역 관계자와 3백여 명의 목회자, 평신도, 학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변하는 세상, 변치 않는 부르심'을 주제로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가 3~5일까지 2박 3일 간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진행한 이 대회에는 국내 기독 의료인들뿐 아니라 전도의 자유가 없는 지역에서 의술을 도구로 복음을 전하는 한국인 의료선교사 54명과 외국인 의료선교사 6명 등 총 60여 명의 선교사들이 초청돼 생생한 선교현장의 소식을 전했다.
과거 의료선교대회가 국내 의료사역 및 해외 단기의료봉사활동 보고 등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번 대회는 상대적으로 해외의 살아있는 의료선교현장을 소개하고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이에 세계선교를 위한 한국의료선교의 역할을 다시 일깨우고 '의료를 통해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자'는 협회 설립 취지 및 선교대회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주최측은 "유럽, 미국 등 서구에서 파송되는 의료선교사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선교현장에서 한국교회 의료선교사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만큼 한국교회 의료선교의 책임이 막중해진 상황에서 의료인들과 선교 비전을 나누고 선교현장의 구체적인 필요와 전략, 과제 등을 다뤘다"고 밝혔다.
대회장 양유식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회장은 "우리 세대에 주님의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과 전략, 전술이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 의료인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의료선교를 향한 첫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기독 의료인을 향한 주님의 부르심, 즉 의료선교의 명령에 응답하려면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 참석자들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격과 감동이 넘쳐나고, 그 사랑으로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회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의료선교사들이 패널로 참여한 '21세기 의료선교 전략 100분 토론'이 지역별, 분야별로 각각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주로 의료환경이 열악하고 복음 전파가 자유롭지 못한 나라에서 현지 의료인 양성, 선교병원 운영, 정부와의 보건의료사업, 순회의료봉사, 간호대학 설립 등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증거하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이 밖에 세이브 더 마더 설립자 짐 챔버린(Jeam Chamberlain) 박사, 국제의료협력단 북아프리카및 아랍지역 디렉터 이대영 선교사, WEC국제선교회 국제동원 디렉터 유병국 선교사의 주제강의, 단기의료선교, 치과, 간호, 한의 선교, 의료NGO, 선교병원, 시니어 의료선교 등 다양한 주제의 선택식 강의가 진행됐다. 한국누가회 지도목사 송인규 교수, 은혜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바울선교회 이사장 이동휘 목사는 각각 저녁집회와 파송예배를 인도했다.
이대영 선교사는 이번 주제강의에서 의료선교사의 역할로 ▲현지 리더십 성장에 초점을 맞춘 현지인 중심의 사역 ▲프로젝트나 병원 등 조직, 기관 설립보다 관계 중심의 인격적 사역 ▲다양한 의료사역의 장을 개척, 연구해 장점과 전략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협력사역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의술이라는) 달란트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하나님의 초대에 응하여 즐거움과 소망으로 복음의 영향력을 온 삶으로 드러내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한의대 간호학과 3학년생 김은하 양은 "고등학생 때 하나님을 만난 뒤 한 선교사님으로부터 의료가 선교의 가장 좋은 통로라는 말을 듣고 간호학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하나님이 저를 의료인으로 사용하시려고 간호학과에 보내신 것 같은데 구체적인 하나님 음성을 듣고 싶어 대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선교사님들이 열심히 의료선교를 하시는 것을 보니 제게도 국내건 국외건 선교에 대한 마음을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식년을 맞아 참석한 의료선교사 사모 A씨는 "학기 중이라 선교사들이 행사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에 많은 의료선교사들이 참여해서 해외 의료선교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뤄 의료선교 헌신자, 관심자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서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준비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계기로 선교현지의 필요를 잘 알아서 헌신자들이 의료선교사로서 잘 준비해나가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의료인 상대로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면서 수익금의 50%를 선교에 지원하고 있는 킹덤컴퍼니의 섬김과나눔선교회 김종원 간사는 "높은뜻숭의교회 등과 협력해 지난 3년 동안 필리핀, 말라위 등에서 보건지소를 세우고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대회를 통해 우리 단체의 사역 방향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는 1969년 설립된 이래 교단 의료선교부, NGO 등 77개 회원단체와 협력하여 의료선교사 발굴 및 양성, 의료선교단 파송, 의료선교전략 연구, 긴급재난구호사역 등 의료를 통해 다양한 복음전도활동을 국내외에서 전개하고 있다. 1989년부터 격년마다 의료선교대회를 개최하여 선교에 헌신된 의료인을 발굴해 왔으며 1991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8개 도시에서 의료선교 훈련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