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혁 교수의 신앙과 경제] 정답 찾기 급급한 한국교육, 오바마는 왜 칭송하나?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돈과 믿음(31)
하인혁 교수

교육을 가리켜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근간이 되는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사고를 경계하는 뜻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볼 때에, 한해가 멀다하고 바꾸어대는 한국의 입시정책이나, 사교육(사립학교 교육이 아니라)에 자리를 내어주고 일찌감치 뒷전으로 물러앉은 학교교육을 실태를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감추기 어렵다.

너무나 기본적인 이야기여서 재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교육은 단계별 성장과정에 맞추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학생때는 그 시기에 맞게 혹은 중고등학교에는 각각 그 시기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중학교에서만 할 수 있고, 또 중학교에서만 해야하는 교육이 있다. 물론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중고등학교가 대학을 가기 위한 6년간의 입시준비반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순간부터 대학입시가 지상의 과제로 주어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환상일 뿐이다. 그 와중에서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는 용기있는 부모들은 종종 부러움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커다란 혜택을 받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틈만나면 한국의 교육을 칭송하면서 미국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미국에서 거주하고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교육 역시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있다. 미국 교육의 장점은 창의성을 강조하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개발하려는 교육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또한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사고과정 자체를 중요시한다. 필자도 시험답안을 채점하면서 사소한 실수로 최종답이 틀리더라도 중간과정이 논리적인 경우에는 후한 점수를 준다. 뜬금없이 정답만 적어 놓은 경우에는 답이 맞다고 하더라도 아주 천재적인 학생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부정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한국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소위 <정답찾기>는 단지 시험을 치르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일들에서 정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대부분의 문제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정답이란 것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사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나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사실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이 더 당연한 것일텐데 말이다.

이에 반해서 미국인들은 흔히 우리가 개인주의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나와는 다른 생각에 대해서 지극히 관대하다. 나의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다른 사람의 잣대에 맞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황당한 생각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토양이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기에는 더욱 적합하다. 정답찾기란 정답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정답과 다른 나의 답은 틀린 것이고, 나의 답을 수정하도록 강요당한다. 그런데 그 정답은 나보다 훨씬 지식이 많고 권위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 답이 내 답보다 더 옳다고 믿는 이유는 종종 그 권위에 좌우되기 쉽다. 이런 태도는 소위 <존경>이라는 개념으로 미화되어서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국 교육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학생중심의 창의적인 교육을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필자의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생 중에서 단순한 일차방정식을 풀지 못해서 시험을 낙제하는 학생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생각해도 좋고 저렇게 생각해도 좋다는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서 학창시절을 즐겁게 보내기는 했지만, 더 높은 분석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학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사회를 이끌어가는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리더(leader)들이 필요하지만, 팔로워 (follower)가 없으면 리더도 없다. 리더만 있는 사회는 없고, 언제나 팔로워가 더 많다.

또한 아무런 체계적인 배움이 없이 창고에서 이런 저런 실험을 해보다가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던 시대는 지났다. 인류에게 정작 필요한 발명품은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최고수준의 실험기기를 가지고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 또한 한국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을 다 경험해 본 사람중의 한명으로서 두 가지중에서 좋은 점만 골라서 합쳐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하인혁교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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