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놓고 한일 양국간 분쟁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정부가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의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대 3(각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가 직접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서 배상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향후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어서 외교적 파장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헌법과 한일협정 내용에 비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해 양국간 분쟁이 존재하는 경우 해결 절차로 나아가는 것은 작위위무(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라며 "한일협정에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를 놓고 해석 차이가 존재하므로 협정 절차에 따른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갖는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재산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무자비하고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회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에 대한 국가의 부작위는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는 모두 고령으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고 일본 법원이나 정부의 사죄와 구제조치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며 구제의 절박성을 인정했다.
헌재는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나 `외교관계의 불편' 등의 이유를 들어 미온적 태도를 취한 정부에 대해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사유로 기본권 침해의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피해자들의 구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정부는 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손해까지 완전하게 보상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용 보충의견까지 제시했다.
이에 반해 이강국·민형기·이동흡 재판관은 "협정의 해석에 관한 분쟁을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하거나 중재절차에 회부하는 것은 구체적인 작위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적 법리해석의 한계를 넘어 국가에 외교적 문제해결을 강제할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1965년 6월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위안부 문제 미해결 `위헌' 결정
- 사건·사고
"배상청구권 해결은 국가의 적극적 의무";"시간 더 지체하면 인간 존엄성 회복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