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도시'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안동(安東)이다. 안동에는 안동 권씨, 안동 김씨, 풍산 류씨 등 내놓으라하는 권문세가들이 득실거린다. 하지만 양반문화가 강한만큼 상대적으로 부녀자와 천민들이 가부장적인 유교사상에 의해 가장 많이 홀대받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안동이 오늘날에 와서는 홀대받던 여자와 괄시받던 천민들에 의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UNWTO 스텝(ST-EP)재단 도영심 이사장이 있다.
오는 6일까지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석차 안동을 방문한 도 이사장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김철관 회장) 공동취재단에게 '탈춤페스티벌'이 생겨나게 된 스토리를 풀어냈다.
그녀는 "1993년 권씨 문중의 며느리로 안동에 내려왔다. 당시 안동에서는 탈춤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며 "지지부진하던 탈춤 복원사업에 흥미를 느껴 '탈춤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됐고 지금은 안동에서 손꼽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기획 단계에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당시 안동 양반들이 권씨 문중의 며느리가 천민들과 함께 어울린다면서 탐탁지 않게 여기며 반대만 일삼았다는 것.
도 이사장은 "반대하던 양반들에게 '10년 후에는 천민문화(탈춤)가 안동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말한 뒤 강하게 밀어붙여 축제를 성사시켰다"며 "지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기여도만 보더라도 이때의 판단이 옮았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의 보수적인 문화 속에선 부녀자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중 사랑방은 여자들의 출입이 제한된 금녀구역. 종손의 며느리도 사랑방에는 얼씬 조차 못했다고 하니 안동의 텃새가 얼마나 심했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도 이사장은 "'한국에는 여자들이 들어갈 수 없는 방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감개무량했다"며 "왕관을 쓴 여성이 안동에 오기까지 1000년을 기다린 것"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녀는 또 "영국에선 여자가 신발을 벗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관습이 있다"며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 주기 위해 사랑방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여성의 여권신장을 생각하는 정신과 한국문화를 존중해주는 마음에 매우 감명 받았었다"고 말했다.
탈춤의 세계화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순회공연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오페라하우스, 미국에서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는 등 탈춤의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도 이사장은 "탈춤이 복원되고 나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며 "국제적인 행사에 초청되어 탈춤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유명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등 이제 탈춤은 오페라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 이사장은 "이제 한국의 탈춤과 아프리카의 탈춤, 유럽의 탈춤, 미국 인디언의 탈춤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탈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탈춤지도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안동이 전세계 탈춤문화의 집합소가 되고 전세계 탈춤의 종합공연장이 되는 그날도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