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 별신굿 탈놀이 기간에는 탈을 쓴 천민들이 가가호호(家家戶戶) 다니면서 양반들을 마음껏 조롱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 아시나요?"
6일까지 안동 탈춤공원에서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개막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김철관 회장) 공동취재단이 하회마을에서 만난 '인간문화재' 임형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장(63·안동국제탈춤축제 공연연출분과 위원장)은 하회탈춤의 유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1928년 일제에 의해 '탈춤의 혼맥(魂脈)'이 끊어지기 전까지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동안 진행된 조선시대 탈놀이는 양반, 천민 구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였다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임 회장은 "탈춤 안에는 천민들의 삶의 애환(哀歡)이 녹아 있다"며 "탈놀이 기간만큼은 양반들의 소작농으로 일하면서 쌓여왔던 울분을 마음껏 분출하고 학대하던 양반들을 조롱해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일제강점기에 문화말살정책과 토지 및 신분제도 개혁 등으로 인해 탈춤의 전승자마저 사라지면서 우리의 혼까지 빼앗기고 말았다"며 "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40년 인생을 바쳐왔다"고 회고했다.
임 회장은 "탈춤 복원은 70년대 전국적으로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확산되면서부터 시작됐다"며 "안동에서도 '우리 손으로 탈춤문화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1973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안동하회가면연구회가 조직되면서 복원운동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춤 복원은 쉽지 않았다. 1928년 탈춤의 혼맥이 끊어지면서 전승자마저 사라져 버리게 된 것.
그는 "전북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전승자를 찾기 위한 노력에 온 힘을 기울였다"며 "여기 풍산에서 하회 탈놀이 유일한 전승자 이창룡 씨를 찾아내 춤사위, 악기, 음악, 소도구 등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안동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복원이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임 회장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지금처럼 명성과 함께 발전하게 된 배경도 소개했다. 그는 "20년 전 UNWTO 스텝(ST-EP)재단 도영심 이사장이 안동에 내려와 탈춤 문화재를 기획할 당시 여자가 천민들과 논다며 안동 양반 가문들의 반대가 극심했었다"면서 "당시 도 이사장은 '천민들의 문화인 탈춤으로 인해 10년 뒤에는 안동이 먹고 살 것'이라며 추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지금 안동지역은 도 이사장의 말처럼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안동을 찾아와 하회마을과 탈춤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며 "이제 하회마을과 탈춤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명소와 명품 공연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해외공연에 대해서는 "탈만 보고는 (언어의 한계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공연에서는 스크린에 자막으로 대사를 전달해 왔다"며 "앞으로는 대사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시통역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형규 회장은 "내일이면 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특별 초청돼 탈춤을 공연하려 간다"며 "전 세계가 탈춤을 유럽의 오페라보다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