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복음화 위해 한국-유럽교회 '동반자' 돼야

선교
교육·학술·종교
이지희 기자
공격적 역선교 아닌 성숙한 동바자로서 '공동 선교' 추구해야
26~27일까지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유럽 재복음화를 위한 선교대회' 전경.   ©이지희 기자

과거 영국 가정에서는 아들을 낳으면 한 명은 목회자로 보내고 다른 한 명은 군인으로 보내고, 또 다른 한 명은 정치가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독교는 영국에서 사회적 존경을 받고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영국뿐 아니라 서유럽 전체에서 기독교는 점점 영향력을 잃어 지금은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0년부터 30년 사이에 9천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교회가 40년 내 사라진다는 조사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3만5천여 개 교회 중 30% 이상이 문닫을 위기에 처했고 프랑스에서는 인구의 6%만이 예배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과거 기독교 강대국이던 서유럽 국가들의 '재복음화'가 절실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선교연구원이 26~27일까지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유럽 재복음화를 위한 선교대회'는 유럽교회의 현 상황을 통찰하고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주제강연에서는 한국교회가 유럽에서 역선교(reverse mission)라는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선교 개념이 아니라 전통과 경험을 갖춘 유럽교회와 성숙한 동반자로서 서로 대화하고 격려,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동 선교(common mission)를 해야 한다고 강조됐다.

◆ 영향력 약화된 유럽교회의 위기…한국교회가 동반자로 나서야할 때 

26일 주제강연을 위해 방한한 영국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 신학부 석좌교수 김창환 박사는 '성숙한 동반자로서 유럽에서의 선교'라는 강연에서 "현대화의 영향으로 20세기 후반 더 이상 유럽은 기독교 세계가 아니게 되었다"며 "몇 나라를 제외하고 유럽국가에서 태어나면 예전처럼 당연히 기독교인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없어졌으며 기독교는 선택사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더 이상 교회의 축복과 조언을 구하지 않고 공적 행사에서 기독교나 종교적 용어, 관습을 따르지 않는 등 종교의 위치가 사적인 위치로 바뀌었다"며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대학들에서 기독교 신학 영역이 축소되고 현대 철학, 법률 개념에서 기독교 세계관의 기초를 더 이상 기본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유럽의 기독교 상황을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이유로 우선 1차,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유럽교회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을 들었다. "독일교회가 유대인 대학살에 공적으로 반대시위를 하지 않았고, (유대인들이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여러 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유대인 박해가 실제 기독교인들에게서 기인됐다는 인식 등에 의해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후 전후 유럽교회는 유럽 재건과 화해의 사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이러한 유럽 기독교 이해를 위한 세가지 접근 포인트로 ▲역사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과의 갈등(마르틴 루터의 중교개혁으로 개신교 탄생) ▲근본주의적, 극단적 접근에 대한 강한 거부감 ▲인간이 가장 중시되는 세속주의의 확산을 들었다. 특히 유럽교회 약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세속화로 영국 기독교의 '믿음은 유지하되 교회나 종교단체에서 소속되지 않는 현상(believing without belonging)'처럼 더욱 개인화 된 독특한 유럽의 신앙형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유럽선교를 할 때 "한국교회가 성장했고 유럽교회가 쇠퇴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동반자로서 자세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은사, 즉 뜨거운 신앙적 열정과 신앙고백을 유럽교회와 나누어 격려와 도전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는 유럽교회의 전통과 경험에서 좋은 점을 배우고, 여기에 우리의 강점을 접목시키는 데 사역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교회의 은사 유럽에 전수해야…유럽교회와의 에큐메니칼 협력 중요

이날 장신대 교수 한국일 박사는 '유럽 재복음화와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주제강연에서 "유럽은 통계상으로 한국이나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기독교인 비율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한 문화, 전통, 일반 시민들의 의식 속 기독교적 가치관이 있다"며 "이는 세속주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보이진 않지만 유럽 사회 저변에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교회의 저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 교회의 보이는 상황이 어려운 데 반해 공교회를 지향하는 총회 중심의 교회의 조직과 체계는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전반적인 유럽교회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단순한 선교현장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교회가 유지가 어려워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는 상황 등을 유럽 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심각하게 느끼고 스스로 '유럽 재복음화'라는 용어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시급히 이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 교수는 "유럽교회는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이성과 합리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언 등의 기적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닫혀 있으며, 종교도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고 수용하는 분위기여서 전도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교회의 약화, 예배출석률의 저하, 지역교회 목회자의 부족, 교회 청년들의 부재, 신학교 입학생들의 급감 등으로 유럽 기독교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도움을 주는 교회,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였던 유럽교회가 다른 교회로부터 도움 받는 자리에 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이런 유럽교회를 이해하고 상호 존중과 상호 배움에 기초한 에큐메니칼 협력선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럽교회의 취약점인 지역교회를 강화시켜 선교적 교회로 전환시켜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역동성과 인적 자원, 목회자의 헌신적 태도와 리더십, 평신도의 열정과 헌신은 우리의 자원이며 은사이며, 특히 한국 지역교회의 특성과 경험은 유럽 지역교회에 신선한 충격과 도전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유럽 재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유럽교회와 교단 대 교단의 에큐메니칼 협력관계를 맺어 함께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유럽 지역교회를 책임지는 목회자를 파송하거나 현지 교회지도자, 신학자, 젊은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방법, 다문화교회 목회 등을 선교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 박사는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있지만 유럽교회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감싸주며 그것을 극복하고 해결할 길을 함께 찾는 '친구'로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유럽교회를 격려하고 지원해 줄 친구가 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외에도 선교대회에서는 성원용 프랑스 선교사, 이종실 체코 선교사, 진영종 영국 선교사, 허승우 독일 선교사 등이 각 국가별 기독교 상황과 선교 방안을 소개했다.

김명용 장신대 총장   ©채경도 기자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설교를 전한 김명용 장신대 총장은 "유럽교회 약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세속화의 영향"이라며 "성경에는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있으나, 그 하나님의 자리에 인간을 대체한 세속화로 인해 유럽에서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 아닌 인간을 섬기는 일이 최고로 가치 있는 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유럽교회에서 배울 것도 많지만 한국교회가 유럽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신학, 초월적 하나님을 알게 하는 신학을 전하고 선교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예장통합 총회세계선교부 이정권 총무는 "올해부터 해외 한인교회에 중노회 성격을 부여하여 장신대 졸업생들이 별도의 선교사 훈련 및 자격이 없어도 한인교회 부교역자 등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며 "유럽 교회 지도자들과 선교사들과 함께 유럽교회를 살리기 위해 신학생을 적극 파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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