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선교사, 450명 순교의 터 위에 교회 세워

선교
아시아·호주
이지희 기자
겉으론 종교 자유 있지만, 정부 감시·핍박 강화

한국 선교사가 9년 전 베트남에서 450여 명의 성도들이 순교한 자리에 교회를 세워 복음운동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한국 선교사는 베트남 정부의 위협과 감시 속에서도 지난 20년 간 한국교회와 연계하여 2백여 개의 교회를 세우고 현지인 신학생을 양성하는 등 헌신적인 사역해 선교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사랑의선교회 비라카미 지역 대표인 장요나 선교사(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베트남은 1990년대 개방화 정책으로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교회에 대한 박해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헌당예배를 드린 교회가 위치한 빈픅성 고산지대 오지 마을도 지난 2004년 부활절예배 때 베트남 무장 군경의 무차별 사격으로 450여 명의 성도들이 순교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지역이다.

장요나 선교사는 정부와 경찰의 끝없는 감시 때문에 베트남 현지인들조차 접근이 힘든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성도들과 순교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 교회를 설립, 최근 완공했다.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훼잇빌한인장로교회 후원으로 2012년 12월 신축기공예배를 드린 지 9개월 만이다. 이 교회는 장 선교사의 손을 거친 195번째 교회이며, 9월 현재까지 9개 교회가 더 늘어 총 204개 교회가 그를 통해 세워졌다.

선교사와 후원자들, 현지 교인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짧게 헌당예배를 드린 날, 장 선교사가 세운 비라카미신학교 졸업식도 열렸다. '비라카미'는 장 선교사의 주 사역지인 베트남을 비롯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의 각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외국 선교사의 후원으로 운영돼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한 불법 학교이지만, 2000년 설립 이후 10년 간 졸업식을 거행하는 데 큰 간섭을 받지 않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정부의 감시와 억압으로 졸업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비밀리에 장소와 시간을 바꿔 겨우 기도와 졸업장 수여,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재빨리 흩어졌다. 단 15분만에 졸업식이 진행된 것이다.

10년전 수많은 순교자를 낸 곳에 세워진 베트남 교회의 헌당 모습   ©한국교회언론회 제공

한국교회언론회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천명한 개방 정책과 다르게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교회와 신학교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회는 지난 9월 1일 한국 방문팀 6명과 한국 선교사 6명, 현지인 스태프 등 총 13명이 주일예배를 드리려 람동성의 한 소수부족 교회를 방문했다가 공안에 체포돼 8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 조치된 사건을 언급했다. "국가기념일이자 공휴일인데도 공안당국이 종교활동을 제지한 모습은 베트남의 종교정책이 어떠한가를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체포된 이들은 다행히 풀려났으나 현지 선교사들은 추후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처럼 정부와 경찰의 위협과 감시가 있지만 복음의 역사는 매이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우리를 더 큰 비전으로 우뚝 서게 하는 것 같다"며 "순교자들의 피는 헛되지 않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복음의 불모지인 베트남에는 인구 9천만 명 중 2%도 안 되는 1백만 명이 조금 넘는 기독교인들이 핍박 가운데 살고 있다. 1975년 공산국가로 통일되면서 교회와 신학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3백만 성도 중 상당수가 죽거나 '정신교육'이라는 정책적 탄압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러한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서 많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베트남에 복음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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