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를 위한 주해묵상] 타락자에게도 은총을 주시다

본문 : 창세기 3:1-24

1. 오늘의 말씀 : 창 3:1-24

2. 시작 기도

아버지여! 사람의 후손과 원수된 뱀의 후손은 유혹자가 되어 나의 발꿈치를 상하게 합니다.
죄악의 세력은 문 앞에 엎드려 나를 원하나이다.
당신의 은총이 없이는 하루 한순간도 살수 없는 연약하고 비참한 자입니다.
나로 당신이 친히 만드신 가죽옷을 입혀주소서.
아들의 죽음과 무덤 안에 거하여 생명으로 살게 하소서.
나의 영원한 기업, 영생은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합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합니다.
내가 죽을지언정 당신은 내게 사랑이십니다. 오, 주여!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3. 본문 주해

에덴에 둘이 한 몸 된 완전한 인간이 살게 되었다.
거기에는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중 가장 간교한 뱀이 있었다.
인간의 벌거벗음(히, 아루밈)과 뱀의 간교함(히, 아룸)은 같은 히브리 단어로 이루어져있다.
인간의 순진성에 대한 유혹자의 시험은 언제나 순진무구한 모습을 띠고 찾아온다.

뱀은 단순한 복종으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여자로 하여금 이의를 제기한다.
절반은 참이요 절반은 거짓인 반진반위(半眞半僞)의 모호성으로 묻는다.
하나님이 참으로 동산 각종나무의 열매를 금했느냐는 것이다(1절).
여자는 하나님의 말씀(2:17)을 과장하고 확대하고 왜곡시켜 대답한다.
동산 나무의 열매는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 것이며 먹는 날에는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3절).

이에 뱀은 금단의 열매에 대한 하나님의 의도를 왜곡시켜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것을 먹어도 죽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에 있어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다(4-5절).
여자는 뱀이 충동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반응하며, '자기의 눈'으로 금단의 열매를 바라본다(5절; 여자가 본즉).

하나님과 사귐의 존재로 지음 받은 인간이 간교한 뱀과 사귀었다.
그 결과 사망에 이르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이상적으로 비추어진다.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게 보인다(6절).
여자가 그것을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자에게도 주니 그도 먹는다(6절).
구원자로서 돕는 자(에쩰)가 타락하게 하는 자로 전락한다.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의 벌거벗음을 보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다(7절).
뱀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 났고 그들은 하나님과 분리된 채 수치스런 자의식 앞에 당혹해한다.
본래 벌거벗은 존재였으나 하나님 품에 있었기에 부끄럽지 않은 그들이었다.
이제는 하나님과 분리되니 벌거벗은 존재를 견디지 못한다.
'존재'이신 하나님을 떠난 자는 스스로 만든 '그 무엇'(존재)으로 존재적 수치를 가린다.

그들은 그렇게 하나님을 떠나갔으나 하나님은 그런 그들을 찾아 가신다(8-9절).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그의 낯을 피하여 숨어버린다(10절).
무화과 잎으로 가렸을지라도 벌거벗었음을 두려워하며 숨는다.
하나님은 그들이 금단의 열매를 먹은 것을 알고 그들을 심문하신다(11절).
둘은 하나님의 심문 앞에 책임전가로 반응한다.
남자는 하나님과 여자의 책임으로, 여자는 유혹자의 책임으로 떠넘긴다(12-13절).

이에 하나님은 먼저 뱀을 저주하신다.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있는 동안 흙을 먹을 것이다(14절).
또한 뱀으로 여자와 원수가 되고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도 원수가 될 것이다(15절).
여자의 후손은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뱀은 여자의 후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뱀의 유혹 앞에 노출된 인간의 운명을 지칭하나, 구속사적 해석은 '원초적 복음'이다(사 7:14; 마 1:23; 갈 4:4).

뱀을 저주하신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에게 응징하신다.
그 응징은 저주가 아니라 생의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여자에게는 1) 임신의 수고와 분만의 고통, 2)남자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가득하겠지만, 3)그 그리움은 남자에게서 성취되거나 얻지 못하며, 도리어 굴욕적인 지배를 받게 된다.
여자의 고통은 아내와 어머니란 존재의 가장 깊은 뿌리에 내려졌다.
아내가 되는 것, 어머니가 되는 것은 분명 축복이나 고통을 수반한 축복이다.

한편 남자에게는 그 근거가 되는 땅을 저주하시고 평생에 수고하며 소산을 먹게 하신다.
그로 인해 땅에서는 엉겅퀴와 가시가 돋는다.
인간창조로 인해 황무지에서 경작지로 변한 땅은 다시 타락으로 인해 황무지로 변한다.
남자는 생의 깊은 중심, 곧 생계를 위한 그의 노동, 활동, 염려에 형벌이 내려졌다.
그는 흙으로 돌아갈 그 때까지 이 같은 형벌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락한 인간에게 대한 하나님의 은총은 철회되지 않았다.
다음 세 가지 사건이 범죄하여 타락한 인간에 대한 은총의 증거이다.
1) 아담은 그의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고 짓는데, 그 뜻은 '생명'이다(20절).
형벌의 인생, 징벌의 현실, 고난의 일생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모성을 통해 인간의 생명이 번성한다.
이 생명은 땅에서 난 생명이요, 장차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실 영생, 곧 하나님의 생명을 예표한다.

2)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다(21절).
둘은 자의식의 눈이 밝아져 무화과 잎으로 만든 치마로 옷을 입었다.
하나님은 이들을 위해 짐승을 죽인 후 얻은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히셨다.
이는 장차 아들의 죽음으로 의의 옷을 입히시는 구원을 예표한다.

3) 하나님과 같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생명나무를 먹고 영생하는 것을 금하셨다(22).
곧 그를 에덴에서 쫓아내시어 생명나무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셨다(24절).
이는 영생의 금지가 아니라 영생의 축복을 금지하는 징벌의 확인이며, 동시에 타락의 영속성을 금지하는 긍휼을 확인하는 은총이다.
영생은 인간 회복의 때를 위하여 유보된 것이다.
영생의 유보는 그 안에 영생을 담지한 하나님의 아들이 오시기까지 유보되었다.
타락은 영속하지 않으며 영생의 은총은 영원하다.

창세기 3장은 죄의 기원 또는 악의 기원으로 널리 해석되었다.
이를 두고 바울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로 인해 사망이 왔음을 천명하였다(롬 5:12).
또한 계명으로 말미암아 그 실체를 드러낸 죄악의 세력을 본장을 배경으로 설명하였다(롬 7장).
계명이 이르매 죄의 세력이 정체를 드러내고 계명을 통해 우리를 속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혹은 계명이 이르렀을 때 그 실체를 드러낸다.

하지만 창세기 3장 자체는 죄나 악의 기원을 다루지 않는다.
악의 기원을 하나님에게서도, 인간에게서도, 심지어 사탄에게서도 찾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중 가장 간교한 뱀이 등장한다.
뱀은 금단의 열매를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선택은 철저히 인간의 몫이다.

결국 창세기의 의도는 죄의 문제가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죄의 수용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에게 부여된 자유의 남용이며 오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타락한 인생에게 은총을 그치지 않으시며 구원의 길을 열어놓으신다.
그 길은 자신의 아들이며, 그 아들의 죽음을 통해서 성취된다.

4. 나의 묵상

영생은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귐이다.
뱀의 후손은 여기에도 현존하며 하나님과의 사귐을 저지하고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한다.
단순한 복종보다 하나님이 주신 상황에 대한 이유를 묻게 만든다.
하나님이 금하신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과연 나를 위한 것인가!

반진반위의 모호성은 결국 하나님의 눈이 아니라 내 눈으로 상황을 보게 한다.
그것은 유혹의 첫 걸음이며 그 결말은 놀랍게도 내 자신이 비참한 존재로의 전락하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도 처신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은 내가 정한 길로 달음질하게 한다.
모든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귀결된다.

영생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단순한 복종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수록 반진반위의 모호성에 갇힌다.
왜!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내게 주신 사람들은 어찌하여!
물을수록 유혹은 깊어진다.
하나님이 주신 상황에 아멘하며 찬송하며 복종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하며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내게 일어난 일들, 내게 주어진 상황들에 대한 의문보다 말씀 앞에 단순히 복종하는 삶!
이것이 영생이요 내게 허락된 복락이다.

5. 묵상 기도

아버지여...
혼돈된 상황 속에 반진반위의 물음을 계속됩니다.
간교한 뱀에게서 나오고 내게 합당한 것까지도 속임수입니다.
내 눈으로 볼진대 미혹의 세계에 빠질 뿐입니다.
오, 주여! 내게 은총을 베푸소서. 내 눈을 가려주소서.

아버지여...
단순한 복종으로 영생을 살게 하소서.
내 눈으로 보는 것을 금하시고 당신 안에서 보게 하소서.
참으로 옳습니다. 내게 처한 상황은 당신의 최선입니다.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나이다.
육신의 안일과 인생의 영달이 아닌 생명을 위해 생명으로 살게 하소서.

아버지여...
죄악 중에 있는 자라도 은총을 그치지 않음은 무궁하신 당신의 사랑입니다.
여전히 살게 하시고 마침내 영생을 주시는 은총입니다.
무화과 잎을 벗기시고 아들의 옷을 입혀주시는 은총입니다.
아들 안에서 영생을 살게 하시는 은총입니다.
나로 당신 안에 거하게 하소서. 평안과 안식으로 영혼들을 섬기게 하소서.
나로 당신이 주시는 일을 행하여 당신에게만 영광 돌리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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