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자본주의 세계화를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동성애자, 이혼한 사람, 낙태를 한 여성에게는 자비를 촉구했다.
'소외된 자의 목자'로 불리는 교황의 사회적 발언에 세상은 환호하지만 교계에서는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교황은 22일 이탈리아에서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가난 한 사르데냐 섬의 칼리아리를 찾아 미사를 집전하면서 "신이 원하는 것은 중심에 돈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2만여명이 참석한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밀치고 "격한 말을 쓰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실업 문제는 "사르데냐나 이탈리아, 혹은 유럽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라는 우상을 중심에 둔 지구적인 경제 체제가 만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19일에는 예수회 신문 '시빌타 가톨리카' 인터뷰에서 "교회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의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동성애자, 이혼한 사람, 낙태 여성에게 자비를 배풀 것을 촉구했다.
교회를 "모두를 위한 집"으로 표현한 교황은 교회가 독단과 도덕적 교리에 집착했다며 "오늘날 가톨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신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그동안 이혼과 낙태, 동성애 등을 거부하는 데 치중한 탓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러한 교황의 발언에 대해 "12억 신자를 지닌 가톨릭 교단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가톨릭 종교지 NCR은 "교황이 고작 몇 마디로 많은 이들을 불안케 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가디언은 "옛소련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난 이래 가장 개혁적인 연설"이라는 기고와 "교황이 가톨릭 신자인 것은 맞느냐"는 비난이 나란히 실었다.
교황은 지난 3월 즉위 이래 '아래로의 행보'를 계속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혼·낙태·동성애는 가톨릭 보수파가 '핵심 가치'로 강조해온 '가족의 신성함'과 관련된 문제로, 교황에 대한 교계 보수파의 반격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