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이인제, 정몽준, 이재오 등 중진 의원들이 11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잇따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당이 고집하는 영수회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5선 이재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노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정치권의 갈등에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게 대통령"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만이 갈등을 풀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대통령과 대화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또 "대립·갈등 기조가 극도로 치달으면 여권의 책임이 크다"며 "대통령이 오늘 (순방에서) 오시면 먼저 여당 대표를 만나서 사정을 듣고, 그리고 야당 대표를 만나서 사정을 듣고 일단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국정원 문제가 초점인데, 어차피 국정원 자기들이 개혁안을 만들어도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만큼 국정원 문제는 국회에 넘기고, (대통령은) 정국 현안을 듣고 꼬인 정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여당 지도부의 무기력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두번째 책임은 여당 지도부에 있다"며 "대통령을 만든 여권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 '걸핏하면 단독국회를 열겠다'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있는데 정치라도 시원하게 해서 추석 때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추석을 넘기면 이후에는 훨씬 더 심각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또 "우리도 과거에 야당을 10년 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탓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했다"며 "(지금) 야당을 탓 할 게 뭐가 있느냐. 야당 안 한지 몇 년 됐다고 벌써 까먹은 것이냐. 야당과 싸우지 말고 야당과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해 달라"고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6선의 이인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요구한 영수회담을 수용해 정국 난맥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현실적으로 광장을 떠나 국회로 돌아올 명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명분은 빨리 만들어 주는 게 좋다"며 "대통령은 국가원수, 정부 수반, 국군 통수권자라는 헌법적 지위를 떠나서 최고 정치지도자, 좁게는 여권의 최고 정치지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야권의 최고지도자와 만나서 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며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대통령 입장에서 국가 최고정치지도자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야당 주장도 경청해 충분히 공감을 이룰 것은 공감하고, 이견이 있으면 입장을 개진해서 야당이 국회로 들어와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정기국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며 "이재오 의원이 추석 전에는 꼭 풀라고 했는데 빨리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선의 정몽준 의원 역시 "제1야당 대표가 비 새는 천막에 있는 것을 보고 우리정치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되는지 마음이 아프다"라며 "민주당은 현재 여야 간 물밑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정치의 심각한 위기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야당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청와대도 설득해야 한다"며 "추석 전에 민주당이 국회에 돌아와서 국민들에게 선물 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