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 이후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격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 개점휴업이 장기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기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일 정기국회 개회 이후 벌써 일주일이 넘어섰다. 이미 100일간의 회기 중 10분의 1가량이 흘러가버린 상황이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계속되면서 정기국회 정상화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전체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기국회 일정은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2014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 심사와 처리 등으로 빡빡하다. 하지만 정기국회 개회 전에 마무리했어야 할 2012년도 결산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정기국회 정상화의 어두운 그림자는 날이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고 있지만 여야의 대결구도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날선 신경전만 가열되고 잇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9일까지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기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다며 강공책을 폈다.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전체 의사일정 협의를 계속 거부한다면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저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결산안 심사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사일정 합의 시한도 9일까지로 못박았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데드라인을 정해야겠는데 내일까지 여야간 의사일정 협의를 다시 한 번 치러야겠다. 그래서 안 되면 그렇게 (단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정기국회 단독소집 가능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한동안 장외 투쟁에 주력하며 정부의 주요 실정을 파헤칠 수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에만 선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협박과 국회 파행 기도가 추석을 앞둔 국민들과 민주당에게 보내는 추석 선물이냐"며 "국회파행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박 대변인은 "여당은 힘자랑할 것이 아니라 여야합의를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100일에 대한 일정을 정하는 것은 민주당의 입장을 가지고 여야 합의에 임할 문제이지 여당의 일방적인 일정 제시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국정의 동반자로서의 야당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과반이 넘으면 나머지 국민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되도 좋다는 식의 오만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의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꼬집었다.
여야의 양보없는 대치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정기국회의 파행 운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여야 모두 경색되고 있는 정국을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은 분명하다. 첫 정기국회가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면 양측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극적인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이 정국경색을 풀고 정기국회가 정상화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회담 형식과 주제를 놓고 여야가 여전히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조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정기국회 개점휴업과 얼어붙은 정국경색의 장기화냐, 극적인 해결이냐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