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측 신학부(부장 권순직 목사)가 최근 ‘관상기도’와 함께 ‘왕의기도’에 대해 참여금지 조치할 것을 제96회 총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왕의기도’란 최근 치유와 은사로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손기철 장로(온누리교회·헤븐리터치미니스트리 대표)의 집회를 일컫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7월 11일 열렸던 ‘개혁주의 신학대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발제했던 김지찬 교수(총신대 신대원)를 만나, 손 장로의 집회에 대한 그의 견해와 연구 동기 및 바라는 점 등을 들었다. 본지는 양측의 의견을 균형있게 보도하기 위해 손기철 장로측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손 장로측은 이를 거절했다. 본 기사 보도 후라도 손기철 장로측에서 입장을 표명할 경우, 이를 상세히 보도할 방침이다. 다음은 김지찬 교수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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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 김지찬 교수는 손기철 장로의 사역의 장점들에 대해서도 인정하면서도, 몇몇 요소들에 대해서는 우려할 만하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신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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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철 장로의 집회에 대해 어떤 동기로 연구를 시작하시게 됐나.
“예전에 김우현 PD가 쓴 「하늘의 언어」와 손기철 장로가 쓴 「고맙습니다 성령님」이 큰 인기라길래 한번 읽어봤었다. 신학자로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평신도가 쓴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그냥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방언과 은사집회의 광풍이 이는 것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하나의 유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의 징표처럼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매주 월요 집회에 3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특히 우리 교단 교회들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거의 8개월 이상 매진하다시피 연구했다. 손기철 장로의 치유사역은 월요집회를 통해 잘 살필 수 있다. 이 집회는 기본적으로 찬양, 치유 예고, 말씀 선포, 치유를 위한 기도, 간증, 핸드폰 기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손 장로의 치유 사역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식의 말씀의 은사’다. 손 장로에게 이는 ‘성령을 통해 초자연적으로 계시된 정보’이다. 손 장로는 자신의 치유자가 아니며, 오직 하나님만이 치유자이심을 강조한다. 그는 단지 지식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누구를 치유하길 원하시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느낌으로, 봄으로, 읽음으로, 생각함으로, 말함으로, 꿈으로, 경험으로 ‘지식의 말씀’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그러한 내용들을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셨나.
“여러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사역을 너무 쉽게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손기철 장로의 은사 운동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열매로 알기에 아직은 이른 감이 있어서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영분별은 해야 한다고 본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대각성운동이 일어났을 때 요나단 에드워즈도 다른 이들의 종교적 체험에 대해 섣부른 정죄를 해서는 안되지만, 영은 분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첫째로 성령의 임재와 사역에 대한 갈망을 부추기고, 둘째 교회의 민주적·민중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셋째 기적과 치유 등 신비한 것에 대한 관심을 제기하고, 넷째 중산층 기독교인에게 성령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전통적인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
특히 상당수의 소위 ‘정통주의자’들은 말 뿐이지 하나님의 성령의 임재를 열렬히 갈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위 정통주의자들은 예언의 은사가 중지되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 수천 년 전에 히브리인들과 초대 교회에 주었던 성경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도 왜 계시가 되는지를 생동감 있게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일반 교인들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장로교회 교인들은 손기철 장로가 주장하는대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임재와 사역에 대한 갈망을 회복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려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우려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앞서 말한대로 이 운동을 섣불러 정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운동이 성경의 통제와 전통적 교회의 가르침의 한계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국교회에 유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첫째로 기적이 과연 일어난 것인지 확인할 수 없고, 둘째로 기적적 현상들이 항상 성령의 역사인지 알 수 없으며, 셋째 객관적 계시인 성경보다 주관적인 직접 체험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넷째로 은사중지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기철 장로를 비롯한 은사주의자들은 칼빈주의가 오늘날 영적 은사는 완전 중지됐다고 믿고 있다고 보는데, 이는 잘못이다. 칼빈주의는 사도 시대와 함께 모든 은사가 중지됐다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오늘날의 은사는 어떤 은사라 하더라도 사도성이나 계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뿐이다. 또한 방언은 김우현 PD가 이야기하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받아야 하는 은사가 아니다. 이미 후크마가 지적한대로 예수께서도, 칼빈이나 루터도 방언을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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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손 장로의 운동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려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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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과정에서 손 장로를 만나거나 소명 기회를 준 적은 있나.
“타 교단 인사에 대해 오라가라 하는 것은 결례가 될 수 있다. 손 장로가 그간 펴낸 책들을 그의 공식 견해라고 보고 연구했다.”
-그런 논리라면 타 교단 인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손기철 장로의 집회는 우리 교단 내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다수의 교회들이 손 장로의 저서를 추천도서로 지정하고 있고, 그를 강사로 초빙하고 있다. 그의 운동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살려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단점들과 함께 장점들도 많이 언급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합동측 신학부에서는 손 장로의 집회에 대해 ‘참여금지’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단 규정과는 다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텐데 지나친 조치는 아닌가.
“나는 다만 학자로서 연구할 뿐이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전적으로 신학부와 교단의 권한이기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학부에 이어서 총회에서까지 그렇게까지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은 손기철 장로의 집회가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정도라는 의미일 것이다.”
-손기철 장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그분의 열정은 좋다. 다만 공인이라면 공석에서는 사적인 열정을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단점을 지양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했으면 좋겠다. 특히 영성운동은 신학적인 가이드를 잘 받으면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육신이 되어 33년 동안 계시된 로고스의 객관성을 무시하면, 그것은 기독교라 할 수 없다.
한국교회, 장로교회도 바로서야 한다. 말씀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살아나야 하고, 교권주의와 비민주적 행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 등이 유사기독교나 이단, 이방종교를 만들고 있다. 또 신비주의 영성 집회를 비판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신비로운 사역과 영적 체험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