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르신들로부터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다음과 같은 증상들 중 5개이상의 증상들이 2주간 계속된다면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1) 우울한 기분—슬픔, 절망감, 상실감, 공허감등이 지속적으로 거의 매일 느껴짐
2) 일상생활에서 흥미 혹은 즐거움을 상실함
3) 식욕의 변화
4) 수면의 변화
5) 운동신경의 변화
6) 피로 및 에너지 부족
7)가치감을 상실
8) 생각과 집중력의 변화
9) 자살충동 및 실제적으로 자살시도.
인생 후반기 때의 우울증은 신체적 노화의 과정과 함께 찾아올 수 있기에 진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드는 것은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서 몸과 맘이 약해져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감정표현이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질 수 있으므로 그 증상들이 쉽게 간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사롭게 여겨지는 증상이라도 전문가를 찾아가 문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인생 후반기에 찾아오는 우울증의 이유들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가정, 교회, 그리고 사회가 "늙음"을 나름대로 정의해놓고 어르신들을 그 틀에 맞추려고 하고 여러모로 어르신들을 배제시킵니다. 가령, 노인목회자, 리처드 잰즐러 (Richard H. Gentzler) 는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 (가령: 어르신들은 신체적으로 연약하고 남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르신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흥미와 열정이 없다.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의 똑같다. 늙음은 쇠퇴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그 가치도 떨어진다, 등등)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대하기에 어르신들이 우울증에 걸리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둘째로는 어르신들이 일평생 바쁘게 살면서 어르신들 스스로가 노년 후반기에 준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인생의 후반기를 어떻게 성숙하게 보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너무 적었습니다. 셋째로는, 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가치와 중요성이 무시되었기에,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분노가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어르신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도움을 주는 것과 도움을 받는 것에 있어 균형이 깨지고 세대간의 단절이 왔습니다. 고립된 어르신들이 사회정보들에 대해 둔감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또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지하지 못하고 단절이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여호와의 정직하심을 나타내리로다 (시 92:14)"라는 성경구절처럼, 인생 후반기는 쇠퇴(decline)가 아니라 완성과 통합을 (integration) 의미합니다. 즉, 어르신들은 인생에 있어 노년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부분을 잘 완성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살고 계십니다.
둘째로, 어르신들이 어떻게 인생을 잘 정리하는가에 따라 젊은이들이 그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어르신들은 "전통의 보유자(The Keepers of Our Tradition)" 이십니다. 따라서 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어르신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셋째로, 지금까지의 인생길에서 감정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만든 장애물이 있었다면 반추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삶의 반추를 통해 인생 후반기 때 삶의 완성감, 부유함, 그리고 감사함을 갖게 되느냐 아니면 늙는 것에 대한 불안, 허무감, 슬픔, 두려움을 갖게 되느냐가 결정됩니다.
결론적으로, 성숙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모든 삶이 선물임을 아는 것입니다. 성숙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여전히 계획과 꿈을 믿는 것입니다. 성숙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성숙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르신들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숙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영적 훈련과 성숙한 관계훈련을 계속적으로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마을에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When an old person in the tribe dies, a whole library disappears.)"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성숙하게 인생을 통합하실 때 어르신들의 우울증을 극복함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귀한 것을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다.
글ㅣ유승혜 박사(목회상담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