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 지수가 20위권 밖으로 크게 떨어졌다.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4~5월에 평가가 이뤄진 점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8개국 중 25위로 지난해(19위)보다 6계단 하락했다. 한국의 WEF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11위까지 올라선 뒤 지난해 잠깐 반등(24→19위)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본 요인 중에서는 거시경제만 10위에서 9위로 순위가 올랐을 뿐 제도적 요인(62→74위), 인프라(9→11위), 보건 및 초등교육(11→18위)은 순위가 내려갔다.
효율성 증진 부분에서는 고등교육 및 훈련(17→19위), 상품시장 효율성(29→33위), 노동시장 효율성(73→78위), 금융시장 성숙도(71→81위), 기술 수용 적극성(18→22위), 시장규모(11→12위)로 순위가 모두 하향조정됐다.
기업 혁신 및 성숙도 측면에서도 기업활동 성숙도(22→24위), 기업혁신(16→17위)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WEF의 평가 결과가 지난해보다 하락한 주요 요인으로 북핵 리스크를 꼽았다.
WEF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시점이 4~5월로 북한의 3차 핵실험(2월)과 뒤이은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4월) 등 북핵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었다.
실제로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한 제도적 요인 중에는 테러위험의 기업 비용(74→106위) 등 북한 리스크와 연관지을 수 있는 항목의 순위가 급락했다.
역시 순위가 크게 낮아진 금융시장 성숙도에는 금융서비스 구입능력(42→69위), 국내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67→75위), 은행 건전성(98→113위) 등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이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를 국가별로 보면 스위스와 싱가포르, 핀란드가 지난해에 이어 1위, 2위, 3위 순위를 유지했다. 독일과 미국, 스웨덴, 홍콩, 네덜란드, 일본,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 태평양 연안국가, 말레이시아의 순위는 한국을 앞섰다.
기재부 당국자는 "이번 순위 산정을 위한 기업인 설문조사가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사태가 불거진 4, 5월에 이뤄지면서 '북한(테러) 리스크'가 전체 순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며 "8개 분기 연속 0%대 저성장 등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도 전반적인 순위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로 세계 189개국 가운데 117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57위)보다 60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4일 추경호 기재부 차관 주재로 '제1차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열고 무역·투자 노동시장 금융시장 사회자본 기업경영활동 등 그동안 집중적으로 거론돼 온 경쟁력 취약 분야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헤리티지재단의 평가에서도 지난해 31위에서 올해 34위로 3계단 떨어졌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3년째 22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