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눠져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정치적 상황이 매우 비슷했습니다. 베트남은 불행히도 1975년 공산정권이 남쪽까지 점령했지만, 한국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공산주의가 침략하지 못하고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베트남 교회들에게 한국교회는 모델과도 같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20여 년 간 베트남 지하교회에서 목회한 베트남 교회 지도자인 바나바 목사와 선교신문은 2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혜림교회에서 열린 '오픈도어의 밤' 행사에 앞서 서울 상도동 한국오픈도어 본부에서 만난 그는 "한국교회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바나바 목사는 베트남 현지 공안당국으로부터 여전히 핍박 받고 있어, 신변보호를 위해 인터뷰임에도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점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한국오픈도어가 진행하는 '2013 오픈도어 선교대회' 주강사로 초청 받은 그는 지난달 27일 입국하기 직전 목, 허리디스크가 발생해 방한 일정을 취소하려 했었다. 그러나 한국오픈도어의 간곡한 요청과 한국교회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2000년,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방한이다. 그는 일산 해븐리병원(이은아 원장)의 지원으로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도 서울, 일산, 진주, 광주, 거제도 등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바나바 목사는 이날 "베트남 성도들은 특별히 한국교회의 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교회가 특별한 선교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아시아 전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박해 받고 있다며 베트남 교회들이 박해 속에서도 더욱 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베트남의 9천만 인구 중 기독교인은 약 2%인 20만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5년 공산정권으로 통일된 이후 베트남에서는 많은 교회가 폐쇄되고 목사들이 투옥됐다"며 "1975년부터 1988년 사이 베트남 교회들은 정말 잠자는 교회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작은 기도모임이 생겨나 1988년 큰 부흥운동이 일어났고,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크리스천들은 교회 밖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교회 안에서만 복음을 전할 수 있지 교회 밖에서는 전도나 설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흥운동으로 많은 베트남 교회가 성장했으나 한편으로 많은 성도들이 감옥에 수감됐다"고 핍박의 역사를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교회 사이의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며 "2005년 베트남 수상이 미국에 다녀온 후 지하교회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 등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나, 결국 큰 도시의 교회들만 허가를 내주고 산지나 지방의 지하교회들은 등록이 거부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지형의 약 70%가 산지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지하교회들이 핍박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나바 목사는 "이러한 핍박 속에서도 베트남 지하교회들은 아주 빠르고 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며 "오히려 정부의 허가를 받고 핍박이 줄었을 때 교회 성장도 줄어드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해도 마을에서 교회를 시작하면 경찰들이 목회자를 체포해 갔다"며 "감옥에 갖다 온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죽는다면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교회를 세우는 일을 계속했을 때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핍박 받는 교회들은 교파와 관계 없이 핍박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 같다"며 교회들이 핍박 속에서 더욱 하나로 뭉치게 된다고 말했다. "오순절 교단의 한 목사가 전도지를 나눠주다가 체포됐는데 다른 교단의 목사들까지 경찰서 앞으로 찾아가 석방을 요청하자 경찰이 어쩔 수 없이 석방시켜 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나바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처럼 박해 받는 베트남 지하교회를 위한 기도 외에도 베트남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적극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베트남에 직접 와서 베트남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또 베트남 교회 지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일부 한국선교사들이 돈을 이용해 선교하려는 행태는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50여 명에서 2백여 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사 신분으로 베트남에 입국할 수 없어 사업 비자를 갖고 사역하고 있다"며 "몇몇 선교사들은 베트남 교회와 협력하여 선교를 아주 잘하고 있지만, 어떤 선교사는 돈을 이용해 베트남 교회를 분리시키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가난하기 때문에 1백 달러를 주면 자신의 교단을 나와 선교사를 따라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한국 선교사들이 어떻게 사역하는지 잘 체크하고 관리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는 또 "한국기업에 의해 베트남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와 가까운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정부에 좀 더 개방하라고 강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베트남처럼 공산정권 아래에 있지만 훨씬 더 복음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제 친구는 하루 5천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북한에 들어가서든, 북한 밖에서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랑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역자는 북한에서 성경을 소지할 수 없으니 성경 전권을 MP3 파일로 녹음해서 수천 개씩 전달한다"며 "이미 그들의 마음은 충분히 복음에 열릴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