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입시제도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뀐다...

교육·학술·종교
사회부 = 오상아 기자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27일 교육부의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 제도 발전방안(시안)'이 발표되자 내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대학들이 대입 제도 개편에 따른 영향과 유불리 여부를 예상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대입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대입 제도라는 것은 이해 관계가 많이 엇갈리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는 묘수는 없다"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 시행하는 제도가 나름대로 정착이 되고 있는데 또 바꾸면 혼란만 가중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관계자는 "우리도 내부적으로 개편을 준비하는 것이 버겁지만 대입 제도가 자주 바뀌어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더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대학들은 '대입 전형 간소화'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지금은 전형의 종류가 많아서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간소화 방향은 옳은 것이고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은 "대입 전형이 무분별하게 복잡해지면서 수험생들이 어느 전형에 지원해야 할 지 막막한 측면이 있었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을 고려하면 전형 간소화는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구체적인 개편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중앙대 이산호 입학처장은 수시모집에서 수능을 미반영하는 것에 대해 "고등학교 전 과목을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한해 지원하는 학생이 3만~4만명을 넘는다"며 "그 많은 학생의 논술과 학생부를 다 보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정시에서 분할 모집을 금지한 것과 관련,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역학과와 같이 수백명을 선발하는 대규모 학문단위에서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이 전형을 어떻게 해냐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은 수시 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의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학생부 자료가 2학년 1학기면 판가름 나는 시점에서 수능 성적을 아예 보지 않는다면 논술 학원에 목 매는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처장은 "이번 입시 개편안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본적인 원칙은 세우면서도 세부적인 시행안은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며 "대입전형이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이과 폐지안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 처장은 "기본적으로 융합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세분화돼 있는 사회와 과학 과목을 먼저 통합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수학교육의 경우 이과 학생들에게 조금 더 심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지 않은 학생은 이과 교육 자체가 원활하게 안 된다. 고등학교 수학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재원 입학처장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3가지 안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부터 한참 동안 논의를 거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와 선택형 수능 폐지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많았다.

이 처장은 "중고생들이 한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모든 학교들이 입시에 반영하면 학교 측면에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국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수능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부담이 있다. 수능 필수 과목이 되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정병래 입학팀장은 "큰 틀에서 선택혁 수능 폐지가 대입 전형 간소화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한다"며 "영어는 물론이고 언어랑 수리 과목도 선택형 수능이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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