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피어오르는 연기
(AP=연합뉴스) 리비아 반군의 수도 트리폴리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21일(현지시각) 트리폴리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 데 이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69)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한 반군은 국영방송사와 공항 등을 장악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고 카다피가 은신한 곳으로 추정되는 요새를 중심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각국은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기정사실화하고 '포스트 카다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으로 촉발된 리비아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만에 카다피 정권이 본격적으로 와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반군 "카다피 시대는 끝났다" = '인어작전'이란 작전명 아래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한 반군은 22일(현지시각) 파죽지세로 카다피 축출을 위한 최후의 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반군은 트리폴리 국제공항을 장악한데 이어 친(親) 카다피 성향의 국영 방송 국영 알-자마히리야 TV도 접수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다고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가 반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다피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제외하고는 트리폴리 대다수 기관과 시설을 반군이 속속 장악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주재하는 반군측 외교관은 반군이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한 상태라며 현재 카다피를 찾기 위해 돌멩이 하나까지 들춰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시대는 끝났다"면서도 "카다피를 생포해야만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반군이 트리폴리 대다수 지역을 장악했지만 산발적인 교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저격수들의 사격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는 카다피 친위대의 탱크가 요새 진입을 시도하는 반군에 포격을 가하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리비아 공습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소속 전투기 한 대도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지역에서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모하메드 압델-라흐만 반군 대변인은 카다피가 존재하는 한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며 카다피군의 저항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NTC는 승기를 굳혔다고 보고 위원회 본부를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얼싸안은 리비아 반군
(AP=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지휘하는 정예부대 '카미스 여단'의 근거지를 점령한 반군이 21일(현지시각)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 도시는 수도 트리폴리로부터 서쪽으로 약 26km 떨어져 있다.
|
◇ 쿠오 바디스 카다피(Quo Vadis Qaddafi) = 카다피는 여전히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카다피는 반군이 트리폴리에 진격한 지난 21일 3차례의 녹음 연설을 통해 최후의 순간까지 트리폴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항전을 촉구했지만 그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로 출국하지 못한 채 리비아 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카다피 아들들은 대부분 반군에 생포되거나 투항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인 알-사디는 반군에 체포됐고 장남 무하마드는 반군에 투항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와 함께 최정예 부대 `카미스 여단'을 이끄는 막내 아들 카미스도 정보기관 수장인 압둘라 알-세누시와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막강 화력의 카미스 여단이 전투경험이 부족한 반군의 공세에 밀린 이유는 외국 내 용병들이 전투를 포기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경제 제재로 재정이 악화된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참전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용병들이 전장에서 이탈했다는 설명이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반군의 공격으로) 지난 12시간 동안 약 1천300명이 숨지고 5천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면서 "과도국가위원회 대표와 직접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카다피의 주장과 달리 반군과의 물밑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 국제사회, `포스트 카다피' 대책 마련 분주 =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사실상 전제하고 '포스트 카다피'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은 대통령은 22일 휴가지 마서스 비니어드섬에서 "카다피의 통치는 끝이 났다"며 "카다피는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2일 리비아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일을 적극 도울 것이라면서 `카다피 이후 체제'를 지원할 다양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면서 리비아 반군에는 카다피 정권 관련자들에게 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AL) 등 지역기구 대표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이번주에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