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저녁 서울 도심 곳곳은 폭연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수 만개의 촛불로 달아올랐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린 제7차 범국민 촛불 문화제가 열린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4만 명(경찰 추산 7500명)이 모여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뿐 아니라 정부의 '민생 정책'도 아울러 비판햇다.
50대의 한 참가자는 "광복절은 기쁜 날이고 기분 좋게 즐거움을 나눠야 할 날이지만 오늘은 슬프고 분노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일주일 후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나면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살리자'고 나설 것이 뻔하다"며 "복지를 위해 재벌증세도 모자란 판에 엉터리 세제개편안을 내 놓는 것이 민생인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원 시국회의 측은 "지난 10만 촛불로 드디어 청와대도 촛불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거센 비판으로 바로 '원점 논의'를 지시한 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박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발언에 나서 '박근혜 책임론'을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는 순서를 알려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국기문란 민주주의파괴를 자행한 국정원장을 당장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많이 보였고, 대한문에서 쌍용차 관련 미사를 마치고 참석한 천주교인권위원회 신부들도 눈에 띄었다.
강서구 화곡동 남지연(43)씨는 광장 뒤쪽에 초등학생 6명과 신문지를깔고 앉아있었다. 남 씨는 "딸과 딸친구 5명과 같이 집회에 참석했다"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수요집회 참가했다가 저녁에 국정원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촛불 문화제가 끝난 뒤 곧바로 민주노총 주최로 '8·15 전국노동자대회'가 집회 측 추산 5000명(경찰 추산 2000명)이 모인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공공기관 민영화도 막아내고 국정원에 의해 조작되고 침체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도 계속하자"며 "80만 조합원의 단결된 힘이라면 분단의 아픔도 통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15일 자정부터는 통합진보당과 한국진보연대 등 47개 단체가 참여한 '8·15자주통일대회'의 주최로 광복 68주년 기념 국민문화제가 열렸다.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상영이 마치는 새벽 4시 30분까지 이어진 국민문화제엔 촛불 문화제 때부터 줄곧 자리를 지킨 시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 딸과 함께 촛불문화제부터 지켜봤다는 장동원(44) 씨는 "우리 아이들 시대엔 민족이 하나로 모여 잘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