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포럼이 2024년 한해를 결산하는 통일선교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한국교회 통일 선교의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포럼은 첫 뉴스로 제4차 로잔 서울인천대회에서 다룬 한반도 문제를 꼽았다. 지난 9월 인천 송도에서 개막된 로잔대회에선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물이 ‘서울선언문’ 86항에 고스란히 담겼다.
선언문은 한반도의 분단 과정에서 수백만 민간인의 희생이 있었으며,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단 종식과 함께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언급하며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과 북한 도처에서 당국에 의해 저질러지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종식되기를 기원했다.
둘째, 탈북민교회 설립 20주년을 꼽았다. 포럼은 예장 통합과 합동, 기감, 기하성, 합동개혁 소속의 5개 탈북민교회가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를 기념해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북한교회 회복 릴레이 감사예배’를 드리고 탈북민교회의 지난 발자취와 앞으로의 비전을 나눈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탈북민 선교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선교사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국내에 정착한 후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70여 탈북민교회가 세워져 이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이들이 향후 북한선교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는 북한 억류 선교사 송환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다. 평화한국 등은 유엔 인권이사회 제47차 보편적 정례 검토(UPR)를 앞두고 북한에 10년 넘게 억류된 대한민국 국적 선교사들에 대한 공동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해 총 6명에 대한 인도적 송환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강제 억류된 지 올 12월로 꼭 10년이 됐다. 통일부는 최 선교사의 북한 억류 10주년을 계기로 “불법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통일부뿐 아니라 국제 종교·신념의 자유 연대(IRFBA), 영국 의회 북한연구회(APPG-NK),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등도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 촉구에 동참했다. 북한이 철저히 귀를 닫고 있으나 하나님께서 이들을 돌아오게 하실 줄 믿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넷째, 쥬빌리 통일국국기도회 등 통일을 위한 연합기도운동이 올해 계속 이어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04년 시작된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는 올해 1001차를 맞아 ‘한국교회 복음통일 기도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모퉁이돌선교회,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에스더기도운동본부 등 선교단체들도 ‘한국교회 통일기도 연합워크숍’이 열어 복음 통일 기도 운동의 방향성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섯째, 한국교회가 해외 디아스포라교회들과 통일선교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민족통일선교서밋과 북한기독교총연합회 등이 통일선교를 위한 협력 방안 논의의 장을 마련했는데 통일을 대비한 선교적 연대 강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여섯째, 선교통일한국협의회가 한국 예수전도단(YWAM) 설립자 오대원(David Ross) 목사에게 통일선교공로상을 시상했다. 오 목사는 1961년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된 이후 북한선교섬김학교(NKSS)를 통해 수많은 선교 사역자를 배출하고 북한선교의 국제적 협력을 이끈 주역이란 점에서 이 상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일곱째, ‘쥬니어 쥬빌리’ 청소년 통일캠프와 ‘다음세대 샬롬부흥 통일비전대회’ 등 청소년들에게 통일선교의 비전을 심어주는 행사가 그 어느 해보다 활기를 띠었다. 통일에 대한 의식이 옅은 다음세대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통일선교의 못자리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여덟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통일 선교현장이 위축된 점이다. 북·러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이후 러시아 당국이 한국선교사를 구금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현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된 걸 의미한다.
아홉째, 북한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다. 이는 올해 통일관련 이슈 중 가장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되면서 인도적 교류 협력의 문마저 완전히 닫히고 말았다.
열째,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본 집권당 새 내각 출범이 북한의 문이 열리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국제관계 변화의 흐름에 정부가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터인데 대통령 탄핵사태로 외교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지각 변동에서 밀려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내 정세는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환경과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는 한국교회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올 한해 통일 선교 현장에 뿌린 땀과 헌신이 헛되지 않고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