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마태복음 11:6)
“복이 있도다.” 이는 예수와 그의 사역을 믿으며 그를 참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자는 영원한 생명과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것이라는 약속에 찬 말씀이다. 그러나 예수의 약하고 볼품없는 모습과 그의 탈(脫)유대적 인간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씀과 능력으로 인해 그를 오실 메시아로 믿고 따른 자는 그분의 나라에 속한 참으로 행복한 자인 것이다. 실로 예수는 믿어도 되고, 믿지 않아도 되는 세상 진리의 한 측면이 아니라, 안 믿으면 영원한 심판과 형벌, 믿으면 영원한 생명과 복락이 보장되는 진리요 생존의 근거가 된다(요 20:31).
”일찍이 위대하던 것들은 이제 부패하였다. 사제는 토끼사냥에 바쁘고, 사교(司敎)는 회개와 순례를 팔아 별장을 샀다.” 동인문학상 제1회 수상(受賞) 작품인 <바비도>(1957)의 서두이다. ‘바비도’는 헨리 4세 당시 이단(異端)으로지목되어 사형 당한 재봉(裁縫) 직공이다.
위클리프의 영어역(英語譯) 복음서 비밀 독회(讀會)에 참가한 죄로 바비도는 宗敎裁判(종교재판)을 받게 되었다.
복음서를 비롯한 성서는 성직자(聖職者)만 읽어야 하고, 평신도가 복음서를 읽은 사실이 밝혀지면, ‘이단(異端) 사형령(死刑令)’에 의하여 스미스필드의 사형장에서 화형에 처해지는 것이다.
당시 성서는 금단(禁斷)의 책이었고, 사제들과 권력자에 의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전달되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왜? 민중들이 현명해져서는 안 되었던 것이고, 민중들의 의식이 깨어 똑똑해져서 바른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뒷짐을 묶인 바비도는 종교재판정에 섰다. 검은 옷을 입은 사교(司敎)는 가슴에 십자를 그리고 나서, 엄숙하게 개정(開廷)을 선언하였다.
“네가 재봉직공 바비도냐?” 하는 인정(人定) 심문에, 바비도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밤이면 몰래 모여들어서 영역(英譯) 복음서를 읽었느냐?”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바비도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복음서 읽은 것을 부인하기만 하면 석방되었다. 복음서 비밀독회의 지도자들은 그렇게 해서 자기들의 목숨을 살렸다.
그러나 바비도는 양심을 속일 수 없었다. 빈 말로나마 “회개한다” 하면 석방하겠다고 사교는 말하였으나, 바비도는 양심을 속이는 것보다는 죽음의 길을 택하였다.
바비도르 처형하는 스미스필드의 형장에는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바비도의 진실한 태도에 감동한 황태자는 바비도를 설득하려 하였다. 바비도는 거절하였다. “권력세계의 주역 노릇을 깨끗이 치르고 오십시오.”
“나는 오늘날까지 양심이라는 것은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력의 버섯인 줄만 알았더니 그것들이 진짜 있구나. 네가 무섭다.” 한 생명은 연기와 더불어 사라지고, 군중이 흩어진 뒤에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작자 김성한(金聖翰, 1919-2010)은 단편소설 <바비도>를 통하여, 1950년대 한국에 蔓延하였던 부정과 부패를 사회에고발하려 하였다. 역설적인 것은 당시 한국 교회는 ‘바비도적양심’을 최소한 가지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였으나, 물신(物神) 숭배에 젖은 한국 교회는, 바비도 당시의 교회보다 더 부패하였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김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