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탄의 의미 되새긴 ‘러브라이프’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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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즈음해 열리는 다양한 행사 중에 유독 ‘태아 생명 존중 성탄 퍼레이드’가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다. 성탄절에 ‘태아로 오신 예수님께 드리는 생일 선물 프로젝트’라는 이름답게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에스더기도운동 소속 (태아 생명 존중) 프로라이프 단체인 ‘러브라이프’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성탄절에 즈음에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거리 피케팅으로 벌써 4년째 대중의 가슴에 파고들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4일 오후 2시부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태아 생명 존중 캠페인과 성탄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사랑하라’(Love)와 ‘생명’(Life)의 합성어인 ‘러브라이프’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불합치 판결’을 계기로 태동됐다. 헌재 판결 이후 국회의 직무 태만으로 낙태법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낙태로 죽어가는 태아(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목적에서다.

당시 헌재는 낙태죄 처벌에 대한 후속조치로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낙태법 개정안을 입법하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이 6년째 미뤄지면서 수많은 태아의 생명이 음성적인 불법 낙태로 죽어가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회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낙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태아 생명보호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운 겨울에 거리에서 이런 행사를 펼치는 것이다.

러브라이프가 매년 성탄절에만 이 캠페인을 전개해온 건 아니다. 지난 2020년 말 본격 활동을 시작한 러브라이프는 전국에 약 230여개 지역에 결성된 러브라이프를 중심으로 매주 1회씩 지하철역과 광장 등에서 태아 생명 존중 메시지를 담은 피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데도 성탄절에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절기적인 연관성 때문일 것이다. 러브라이프가 성탄 절기에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아기 예수님도 태아로 오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데 있다. 또 성탄과 연말 시즌 이후에 불법적인 낙태 비율이 급증하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적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임신 36주 된 태아를 낙태로 살해하고 유기해도 이를 막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엔 출산한 아기를 병원과 산모가 짜고 그대로 유기해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안겨줬다. 태아를 낙태하고 아기를 낳아 그대로 유기해 죽이는 건 명백한 살인 행위고 이를 방조 묵인하는 사회 또한 공범에 지나지 않는다.

낙태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아이를 낳아 유기하는 일이다. 정부가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기가 1200여 명에 달했다고 하니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영아를 유기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게 출산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데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19일부터 위기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가명과 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를 발급받아 병원에서 ‘익명’ 출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산모의 곤란한 처지와 환경을 어느 정도 고려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고 해서 낙태와 아기 유기가 줄어들 거라는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현실을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출산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위기 임산부를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인 건 맞지만 낙태와 아기 유기의 현실적 대안으로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결국 생명 존중은 국민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에서 낙태법 개정이 무한정 미뤄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적 무관심이 그 원인일 것이다.

러브라이프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지난 18일 국회의원 300명에게 태아생명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크리스마스 손편지를 작성해 우편으로 발송했다. 국회의원 모두에게 이런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는 일은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태아였습니다. 예수님도 태아로 오셨습니다. 임신 36주가 된 태아를 낙태수술로 죽여도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낙태로부터 태아를 보호하는 법이 제정되도록 함께 외쳐주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는 국회의원 한두 명만이라도 생명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에 앞장서 달라는 간절한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 올인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 편지에 반응해 6년간이나 미뤄온 낙태법 개정 입법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 가깝다고 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일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순 없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로 있다가 출생했다. 우리 중에 태아가 아니었던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우리가 지금 살아있는 건 낙태되지 않은 채 어머니 뱃속에서 안전하게 10개월을 보호받다가 출생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잊고 살아온 이런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늘어날수록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성탄절에 러브라이프 회원들이 전개하는 ‘태아 생명 존중 캠페인’은 우리가 잊고 살아온 자아에 대한 존재 의식을 일깨우는 동시에 생명의 주로 오신 아기 예수님 탄생을 맞아들이는 선한 행동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런 정성과 노력으로 머지않아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기적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