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강아지 똥’의 작가 권정생 시인의 ‘내 잠자리’

오피니언·칼럼
칼럼
조덕영 박사의 기독교 시인을 만나다(12)

내 잠자리

갈릴리 해변의 작디작은 쥐엄 나무 잎과 열매

밤 안개 깔린
포플라나무 밑으로
가랑잎처럼 굴러갔습니다
그날
갈릴리의 밤은
저렇게 달려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도
신호등 불빛도 없었겠지요
여우도 굴이 있고
날아가는 새도 깃들 곳 있다시던
그 갈릴리엔
넓은 하늘 반짝이는 별빛만이
오늘 밤도 그렇게 반짝입니다
사람의 손이 만든
콘크리트(콩크리트) 다리 밑
오늘 밤은 거기를
빌어들었습니다
주님
어쩌면 이런 자리에
누추하게 함께 주무실런지요

​(괄호는 원문)

‘기도원을 나와 그 날 밤부터 노숙을 마음 먹었던’(그해 비가 잦았던 여름 3개월여 거지 생활을 하다) 당시, 권정생 작가의 시

권정생 시인 ©위키

권정생 시인(1937-2007)은 일본 출생. 제 1회 기독교아동문학상(1969)과 제 1회 한국아동문학상(1975)을 받은 아동문학가요 시인이요 동화 시인이었다. 그리고 평생 안동 일직면 송리의 일직교회 종지기 ‘권 집사’였다.

조덕영 박사

생전 권 선생에게는 두 명의 아동문학가 知人이 있었다. 문경새재 너머 중원의 관옥(觀玉) 이현주 목사(1944~)와 교육자(교장 퇴직) 이오덕 선생(1925-2003)이었다. 이오덕 선생 고향은 경북 청송이었으나 중원 신니면 광월리 산골에 은거하며 우리말연구와 한글글쓰기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였으며, 이 목사는 중원의 엄정에서 권 시인과 교류하였다. 존경하는 관옥 목사는 필자의 동향 선배셨고 함께 <월간 새벗>의 고정 필진 겸 편집자문위원이었다.

​“현주야 난 幸福하다.
앞으로는 널 좀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安東에 한번 오너라.
가능하면 내 곁에 많은 시간 있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책 좀 읽고, 예수를 더 배우고 싶다.”

​正生 선생의 편지 중에서

​조덕영(신학자, 작가, 시인)

#조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