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최악의 전력난은 적극적인 절전 노력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력거래소는 12일 비상수급대책 시행 후 기준으로 피크시간대 공급능력 7천743만kW에 최대수요 7천303만kW로 평균 예비력이 440만kW(예비율 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산업단지 등에 입주한 기업체들이 피크시간대 조업을 일부 중단하거나 줄여 절전에 동참했다. 예비력 400만㎾대를 유지한 덕분에 기업체를 상대로 한 사상 첫 긴급절전은 다행히 시행되지 않았다.
전국 2만여 공공기관은 33~37도의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 채 전력수요 절감에 협조했다.
각 가정도 피크시간대 냉방기와 불필요한 가전제품 가동 중지로 전력절감에 나섰다.
전력당국은 이날 피크시간인 오후 2시 이후 수요가 8천50만kW로 치솟고 예비력이 최저 241만kW까지 떨어지면서 전력수급경보 3단계인 '주의'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 57분 예비력이 500만kW 밑에서 20분간 지속해 준비 단계가 발령되면서 다가올 위기 상황을 예고했다.
발전용량 50만㎾급 당진화력 3호기가 터빈 고장으로 전날 멈춘데다, 20만㎾급인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도 해수순환펌프(CWP) 고장으로 출력이 반으로 주는 등 이날 하루 60만㎾의 공급이 줄었다.
그러나 산업체와 국민의 절전 노력 속에 비상수급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졌다. 전력수요가 예고치보다 310만kW가량 줄었고, 최대 수요전력은 수급 경보 3단계인 '관심'이 발령된 지난 9일의 7천360만kW에도 못 미쳤다.
이에따라 전력당국이 이날 비상대책으로 확보한 전력은 706만kW로 최대에 달했다.
절전규제(323만kW), 산업체 조업조정(151만kW), 주간예고(91만kW), 전압하향조정(73만kW),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39만kW) 등이다.
특히 절전규제·산업체 조업조정으로 확보한 전력은 총 464만kW로 애초 목표치(365만kW)를 100만kW 가까이 초과했다.
비상수급대책 전 기준으로 보면 최대수요가 사상 최대인 7천970만kW에 이르러 예비력이 마이너스 266만kW까지 떨어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6시56분 예비전력이 500만kW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된 상황을 보이자 경보를 해제했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으로 원전 2기분(200만kW)의 전력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공공기관의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해 세종청사, 과천청사, 지자체 건물 등에는 냉방기 가동이 중단되고 실내조명도 차단됐다.
기업체에서 절전 동참 노력이 이어졌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소요전력을 전량 자체발전으로 충당했다.
삼성전자, 현대제철은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중지하고 사무실 조명과 공조기의 90%를 껐다.
대우조선해양은 완공된 선박 2척의 발전기(4천㎾)를 가동하고 도장업무를 야간시간대로 바꿨다.
일반 가정과 상가에서도 절전에 나섰다. 수도권 아파트에서는 2만1천대의 모니터로 절전방송을 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13일 오후 2∼3시 피크시간대 최저 예비력이 172만㎾까지 떨어져 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가 발령될 수 있다고 예보했다.
13일 최대 공급능력은 7천769만㎾, 최대수요는 7천597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아무런 대책을 쓰지 않을 때는 예비력이 마이너스 337만㎾까지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설비용량 100만㎾급인 한울 원전 4호기가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을 받아 이르면 14일 오전부터 전력계통에 병입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내일과 모레에도 무더위로 여전히 전력수급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늘처럼 절전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