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추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투표에 참여한 국회의원 의결 정족수 200명에 미달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야당은 계속해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내란죄 수사 등으로 대통령 직무 정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앞으로 국정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로 평가되는 비상계엄 선포가 단초를 제공했다. 각종 사법리스크로 정치적 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반전의 기회를 안겨줘 지금의 국면이 지속될 경우 6개월 이내에 민주당 정부가 수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여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탄핵소추 표결을 서두른 건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라며 사실상 탄핵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이후 여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급반전됐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계엄 선포와 관련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질 것과 본인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할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함으로써 급한 불은 끈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대통령이 정말 무슨 생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나 하는 점이다. 비상계엄은 군사정부시절 국민의 자유를 포박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됐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그런 시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은 이를 매우 심각한 민주주의 퇴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며 “계엄령 선포를 절박한 심경으로 했다”라고 밝힌 배경에서 보듯 민주당의 국정 운영 ‘발목잡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계엄 사태에 묻히고 말았지만 민주당은 지난 5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감사원장 탄핵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기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위원이 대행을 맡는다는 점에서 그 의도에 정치적 목적이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탄핵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근거로 삼았으나 또한 헌법상 탄핵 사유가 될 수 없어 ‘방탄용’ 탄핵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모조리 탄핵 대상으로 삼는 등 지난 21대 국회부터 모두 22건의 탄핵소추를 진행했다. 이런 야당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도록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야당의 탄핵 남발로 인한 국정마비는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야당의 국정 운영 방해 행태가 도를 남은 건 전례 없는 정부 예산안 삭감과 간첩죄 유보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입법 폭주를 국회권한이라고 하면서 폭거에서 비롯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단죄하려 드는 것이 과연 공정한 걸까.
하지만 이런 야당의 폭주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대통령의 선택은 매우 큰 과오이자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원인 제공자보다 대통령의 판단 오류가 더 크게 부각되는 이유일 것이다.
교계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를 전후에 저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예장 합동과 통합, 기감, 기성 등 주요 교단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가 이 국가적 혼란을 일으켰다며 일제히 비판이 목소리를 내며 나라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NCCK 등 일부 교계 단체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퇴진, 탄핵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위헌과 불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소추에 힘을 실어주는 단체들도 눈에 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교회가 한번 쯤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윤 대통령이 잘못 선택한 책임은 엄중히 따져야 하지만 그 결과가 어디에 맞닿아 있는가 하는 거다.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등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 자칫 다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야당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고 더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드는 현실과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이상 가볍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건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혼란과 기류 속에서 한국교회는 특별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 다름 아닌 한국교회가 치열하게 싸워 온 ‘차별금지법’ 전열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면) 차별금지법을 당연히 제정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등에 성소수자가 30%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 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에스더기도운동은 탄핵 표결이 예정된 7일을 ‘국가를 위한 금식기도일’로 선포하고 지난 5일부터 국가와 위정자들을 위한 70시간 연속기도’를 진행해 왔다. 일각에선 한국교회가 대통령과 정부의 불법에 대항하지 않는 것을 교회의 직무유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국가와 위정자를 위해 금식 기도하는 것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