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가 정치권의 세금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산층 세(稅) 부담 논란을 야기한 세제개편안은 9월 정기국회까지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노린 사실상의 증세'라며 야권의 강한 비판과 여론 역풍이 거세지자, 긴급히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2013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수정안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진화에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며 "앞으로 국회와 여당이 중심이 돼 깊이 있는 (보완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세제개편은 복지와 같이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쉽지 않으므로 신중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인 대한민국의 중산층이 어느 계층인지 확정하면서 잘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고 저소득자 지원받는 세제개편안의 방향은 맞지만 중산층의 부담이 크다"며 "정작 당사자들은 주거비와 교육비 때문에 서민으로 느끼는데 체감 서민들에게 세금을 매기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 최고위원은 "(조 수석은) 거위의 털을 뽑겠다고 하다가 거위의 꿈에 상처를 입혔다. 기준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며 "세금이 늘어난 게 증세이지 뭐가 증세가 아니냐. 말장난을 하니 국민이 더 열 받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중위소득이 3450만원 이상인 계층은 정치적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계층으로 증세가 없다는 공약을 기억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마음을 열고 받아주길 바란다고 해명해지만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의 새동력을 확보하며 연일 대여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제개편안을 '세금폭탄'으로 몰아붙이며 투쟁의 방향을 틀었다. 세 부담 증가를 국가정보원 개혁과 결합시켜 장외투쟁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쌍끌이'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12일 당 차원에서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산층과 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세금폭탄 저지 국민운동본부'도 개설, 명동과 을지로 등에서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중산층·서민 증세 논란에 휘말린 세제개편안을 전면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회 차원의 세제개편안 심의를 거부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말했지만 또한번 대선 당시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학인하게 된다"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청 협의로 마련한 세제개편안은 재벌과 부자들보다 중산층과 서민에게 돈을 걷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세값폭등 등 잠 못이루는 서민과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증세라 세금 폭탄이다. 민생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박 통령이 할 일인지 의아하다"라며 "서민의 10만원, 20만원은 재벌이나 슈퍼부자의 2000만원보다 중요하다. 갓난아이 우유값, 학원비, 어르신 용돈 등을 뺏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입장은 약탈적 세금폭탄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전면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요구한다"며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내놓은 엉터리 세제개편안은 국회 심의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전 원내대표는 "세제개편의 정답은 부자감세의 철회다. 세제개편은 6년간 지속된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봉급쟁이와 중산층 서민의 등골을 빼는 등골브레이커형 세금 폭탄,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삼는 세금)는 누구의 발상인지 박 대통령에게 묻는다"고 압박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을 겨냥,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개정하겠다 하고 청와대는 십시일반이라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치고 빠지기에 능하다지만 이건 너무하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서민경제는 날로 나빠지는데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405조원이다. 재벌과 대기업의 곳간은 넘쳐난다"고 지적하면서 "새누리당 정권은 재벌과 대기업의 손톱에 낀 가시는 신경 쓰면서 서민의 지갑에서 만원짜리 빼기를 하고 있다. 어느 국민이 이번 세제개편안에 찬성하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제개편안 논란과 관련,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이 늘게 된다는 반발과 관련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부분적으로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어서 향후 정부안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