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기독교 공연에 문제를 제기하자 타 학교에서 헨델의 ‘메시아’ 연주 공연까지 취소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 사건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나라에서 기독교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핀란드의 헤멘린나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교 어린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주제로 한 학교 내 합창 공연을 본 후 자신이 차별을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그 후 국가 차별금지 및 평등 재판소가 학교 가 비기독교인 어린이들을 종교와 신념으로 차별했다며 피해 학생들에게 1천5백유로(약 217만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합창 공연은 해당 학교가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주최한 콘서트 3건 중 첫 번째. 지난 2022년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죽음, 속죄를 테마로 첫 공연을 했는데 이 공연을 관람한 학생이 자신이 종교적 차별을 받았다며 신고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한 매체는 지난해와 올해에도 콘서트가 열렸는데 3건의 공연 모두 종교적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첫 번째 공연에 “차별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자 학교 측은 두 번째 공연부터 찬양을 제외했다고 한다.
해당 학생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평등 재판소의 판결을 놓고 지난 11월 19일 헤멘린나 시 교육복지위원회가 투표한 결과 6 대 5로 보상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교육복지위원회 한 위원은 “차별금지 및 평등 재판소가 차별을 주장하는 초등학생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것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위원회가 평등을 증진해야 할 교육기관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다른 학교에서 이달 초 계획했던 콘서트가 공연 이틀 전에 취소되는 등 주변 학교들까지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학교는 핀란드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헬싱키 실내 합창단과 함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공동으로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예수 그리스도롤 주제로 한 내용에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을 우려해 자진해서 공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의 약 80%가 기독교인인 기독교 친화적 국가에 속한다. 기독교인 중 순수한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국민이 10%이고, 무신론자 17.1%, 무슬림 1.9%로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기독교 인구가 월등히 많다.
사실상 기독교 국가나 다름없는 핀란드 내에서 초등학교에서 기독교를 주제로 한 내용의 합창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이 벌어진다는 게 우리에겐 쉽게 납득이 안 된다.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이 나라가 ‘차별금지법’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핀란드는 지난 2004년 ‘평등법’이라는 이름의 ‘포괄 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차별 및 피해자 금지를 규정한 3장 8조에 “국민은 나이, 출신, 국적, 언어, 성적 지향 등 개인과 관련된 그 밖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라고 돼있다.
이 법이 시행된 후 핀란드에서는 기독교적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재판에 회부되는 등 이전과 다른 기이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25년간 국회의원을 한 페이비 래세넨 씨는 결혼과 성에 대해 전통적인 기독교 신념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다시 그를 “혐오 표현”을 이유로 기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혐의는 20여 년 전에 집필한 저서에서 성 소수자의 행위를 ‘죄’라고 한 것이 동성애자를 모욕하고 성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가 성경 구절을 인용해 동성애를 비판하한 표현에 대해 “범죄”라고 단정했다. 단적으로 말해 인간의 기본권리인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차별금지법’ 앞에서 무력화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핀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에겐 지리적 거리감만큼이나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인구의 80%가 기독교인인 나라에서 성경이 무력화되고 복음이 압살당하는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불원간 우리에게 닥치지 않을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학교 현장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미션스쿨이라는 걸 알고 입학한 고교 학생이 학교 측의 ‘채플’ 의무화로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민원을 제기하자 인권위가 학교에 시정을 권고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지금은 권고일 뿐이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법적 강제로 바뀌게 된다.
‘차별금지법’ ‘평등법’의 겉모양은 어느 누구든 차별을 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 치장돼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역 차별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반 인권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이 법은 ‘젠더’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이게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서구 여러 나라들의 사정도 핀란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독교 정신으로 수 세기동안 발전해 온 서구 여러 나라들이 ‘차별금지법’에 볼모잡혀 기독교 정체성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 하나만 남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국교회의 손에 우리나라와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