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낭독자, 구두 해석자·섬기는 자·말씀 수행자·하나님 사역자”

최창국 교수 ©유튜브 영상 캡처

최창국 교수(백석대 실천신학)가 29일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 ‘성경 낭독자도 설교자만큼이나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 교수는 “예배에서 성경 낭독은 본질적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예배에서 목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설교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무나 설교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듯이, 성경 낭독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경 낭독자도 설교자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개혁교회 예배의 중요한 지침인 ‘대요리문답’ 156번은 ‘누구나 다 공적으로 회중에게 말씀을 낭독하도록 허락되어 있지 않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목사들의 독특한 책임이어야 하듯이, 말씀을 낭독하는 것 역시도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낭독된 말씀과 선포된 말씀 사이의 동등성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낭독된 말씀과 선포된 말씀 권위의 동등성이 사람의 직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나님 말씀의 권위는 인간의 직분이나 행위에 의해 규정될 수 없다. 즉, 하나님 말씀의 권위는 인간의 직분이나 행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목사가 성경을 낭독할 때나 일반 성도가 낭독할 때나 성경은 그 자체로 동등한 권위를 유지한다. 성경 낭독의 자격이 직분에 의해서만 규정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배에서 공적 성경 낭독의 자격은 단지 직분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말씀의 권위에 대한 존경, 이해, 준비된 마음, 에토스, 성경과 청중과 교감하는 능력 등”이라며 “먼저 성경 낭독자는 읽고자 하는 본문을 이해해야 한다. 낭독자는 청중이 말씀의 제단으로 나아가도록 섬기기 위해서는 본문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 낭독자는 본문과의 교감을 통하여 본문의 진리들을 내면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경 낭독자의 임무는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일을 수반하기 때문에 청중을 위한 ‘구두 해석자’라고 할 수 있다”며 “성경 낭독자는 단순히 성경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구두로 성경을 해석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성경 낭독자는 본문과 교감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청중과 교감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외적 차원일 뿐만 아니라 내적 차원을 수반한다”고 했다.

또한 “성경 낭독자의 말씀을 통한 섬김은 그의 삶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성경 낭독자의 인품과 삶이 자신이 진술하는 성경 말씀과 모순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경 낭독자는 성경 본문과 청중을 동시에 섬기는 유능한 사역자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성경 낭독자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로서 사명 인식과 함께 하나님과 교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성경 낭독자는 구두 해석자이며, 섬기는 자이며, 말씀의 수행자이며,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교회 예배나 모임에서 잘 훈련된 성경 낭독자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는 현대 교회가 성경에 대한 지적인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하며 음성을 듣는 차원에서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설교자와 성경 공부 인도자와 제자 훈련을 위한 리더의 양육뿐 아니라 성경 낭독자도 양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친목을 위한 교제나 단지 설교를 수동적으로 듣도록 하는 데 있기보다는 성도들이 풍성하고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과 성경과 소통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교회의 능력은 하나님과 성경과 소통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교회는 하나님과 성경과 깊이 있게 소통할 때 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칫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영적 교제보다는 성경을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정형화된 틀에 빠질 수 있다”며 “예배에서 성경이 낭독될 때 하나님의 음성으로 생명력 있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목적이 명확해야 할 뿐 아니라 청중의 듣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것은 청중은 단순히 낭독자의 소리를 듣는 관객이 아니라 공동 창작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배에서 성경이 낭독될 때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서는 안 된다. 성경이 낭독될 때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듣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마음, 감정, 몸, 호기심, 상상력, 의지까지 동원해야 한다. 즉 마음을 열고 보다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통해 본문의 배후에 계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예배에서 성경이 낭독될 때 방송에서 시나 수필이 낭독될 때 듣는 것과 같이 들어서는 안 된다”며 “성경이 낭독될 때 정보 수집에 초점을 맞추어 들으려는 자세는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이렇게 들으려고 할 때, 우리 자신이 형성해 온 선입견, 취향, 경험 등으로 구성된 인식 필터를 통해 들으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이 낭독될 때 이렇게 듣게 되면, 인격적이고 친밀하며 우리를 사랑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 낭독될 때 열린 마음과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자세로 접근할 때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사용하시는 도구가 된다”며 “이렇게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실 때 우리는 그 말씀에 대해 지성보다는 마음으로 반응하게 된다. 성경이 낭독될 때 이러한 자세로 성경을 대하는 것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성경을 지식적으로 대하려는 자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은 중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은 주지주의적 문화 속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성경도 지적이고 분석적으로 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예배에서 성경이 낭독될 때 인식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훈련 없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과 교훈을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렉시오 디비나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을 읽을 때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한 인간적 지표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적으로 자신을 열어 하나님의 주권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로 성경을 읽는다”며 “렉시오 디비나는 우리가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우리를 해석하고 인도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성경을 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영으로 대하는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의 주인공이신 성령이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했다.

#최창국 #최창국교수 #복음과도시 #칼럼 #성경낭독자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