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수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수처리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1년 전부터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 오희택(55·구속)씨에게 막대한 로비 자금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오씨는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51·구속)씨를 통해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로비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한국정수공업이 2010년 9월과 12월 각각 5억원과 8억원을 오씨가 차명으로 미국에 설립한 N사에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한국정수공업과 N사가 같은 해 6월 30일 체결한 가짜 컨설팅 계약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은 N사에 UAE 원전 1∼4호기 수처리 설비 수주액의 8%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정수공업은 2011년 9∼10월 UAE 원전에 965억원 상당의 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N사를 통해 오씨에게 전달하기로 한 로비자금은 77억2천만원가량 된다.
A4 용지 2장인 이 계약서에는 "UAE와 한국전력 관계자들에게 사업적으로나 개인 친분으로 진취적으로 설명해 사업을 성취한다"는 등 로비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잔금 64억2천만원가량은 2010년 12월께 한국정수공업에 정책자금이 투자된 후 자금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의 이의 제기 등으로 지급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N사가 지난해 5∼6월 한국정수공업에 잔금 납부를 독촉했고, 브로커 이윤영씨도 한국정수공업 이 회장에게 돈을 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한국정수공업 이 회장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련 업체에 10억원 이상을 부풀려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