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를 뚫고 그분의 마음을 듣다

[신간] 하나님의 침묵
도서 「하나님의 침묵」

뭘 해도 해소되지 않는 불안으로 고민하는 이들, 고난의 골짜기를 지나며 낙심한 이들,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왜 세상에 이런 악과 고통이 난무하는가?’라는 의문으로 하나님을 원망하고 오해하는 이들, 또한 이런 혼돈의 시대에서 어떻게 성도들에게 설교해야 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실천하는 신학자요 설교자’인 故 헬무트 틸리케(1908~1986)는 그의 설교에서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듯한 시대적 풍랑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현실적 필요를 절절히 인식하고, ‘살아 계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의 메시지’를 확실하고 충분한 답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아무리 어두운 숲속에서도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아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숨통을 조여 오는 고난에 마주 서셨다. 당시 기록을 보면 그분이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불안의 절규다(마 27:46). 그런데 잘 보면 그분은 절망을 외치실 때도 골고다의 허공에 대고 하신 게 아니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하고 아버지를 부르셨다.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으신 것이다. 그분은 불안을 아버지께 완전히 내려놓으셨다.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은 불안할 때도 혼자가 아니기에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않으시던 그 순간이 곧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그때 성전 휘장이 찢어지고 그분의 상처투성이 심장이 드러났다. 침묵하실 때도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고난당하셨다. 죽음과 깊은 밤을 말없이 우리와 함께 겪으셨다. 우리는 그분이 무심하거나 심지어 죽은 줄로 알았지만 그분은 우리를 훤히 아셨고 어둠의 세력 저편에서 사랑으로 일하셨다. 골고다에서의 침묵의 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십자가의 능력에 힘입어 살아간다. 그분이 지신 십자가가 없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겠는가? 하나님은 우리의 어둡고 외롭고 기나긴 적막이 흐르는 밤 속으로 아들을 보내셨고, 그 아들을 통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우리와 함께 통과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중에도 극한 상황에까지 내몰린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철창처럼 우리를 가두는 슬픔도 그렇고, 밤마다 쫓아와 양심을 괴롭히는 죄책감도 그렇다. 하나님마저 위로를 거두시는 극한의 상황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가 우리 삶에서 가장 복된 때였다. 큰 환난 중에도 그분이 능히 도우신다는 찬송가의 진리가 퍼뜩 깨달아진 것이다. 과연 무력하고 어두운 밤이 없었어도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비참한 한계치까지 가 보지 못한 이들은 한편으로 불쌍하다. 영원에 관한 한 더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이 영원한 존재며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지리멸렬한 삶인데도 말이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 가운데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감당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자신을 제대로 살펴 잘못된 삶과 욕심과 불안과 잔인한 모습을 사실대로 보고 인정하는 이가 누가 있는가? 아마 그랬다가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대신 우리는 놀이나 꿈에 빠져 그 모두를 잊어버리고, 아주 엉성한 사람조차 써먹을 수 있는 고도의 기술로 그것을 억누른다.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 이 모든 것을 보신다. 형형한 눈빛으로 당신과 나를 영원토록 꿰뚫어 보신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도 그분께는 보인다. 단번의 시선으로 그분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은 모든 죄를 간파하시고, 인간이 얼마나 길을 잃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지를 읽어 내신다. 물론 남의 병을 척척 그러나 무심하게 진단하는 뛰어난 의사처럼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분께는 아무런 고통도 따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분은 마치 죽을병에 걸린 사랑하는 아들의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보는 의사와 같으시다. 이 모두가 감당 못 할 짐처럼 그분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다. 정작 우리는 여간해서는 자기 병을 자각도 못 하건만,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기에 기꺼이 대신 그 병을 짊어지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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