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템플스테이’ 단순한 휴양 수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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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현준 씨가 가족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는 모습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기독교인이 타 종교 홍보에 동원되는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신 씨는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배우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그런 유명 연예인이 가족과 함께 한 방송에서 마치 불교의 ‘템플스테이’를 홍보하는 듯 비쳐진 게 논란의 배경이다.

신 씨는 최근 기독교TV ‘내가 매일 기쁘게’를 진행하는 MC를 맡으면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도 친숙해졌다. 신앙 간증 프로그램에 일회성 출연자가 아닌 프로그램의 고정 진행을 맡았다는 건 신앙인으로서 연륜과 검증이 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족과 함께 불교 ‘템플스테이’를 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 건 방송 설정상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일자 CTS기독교TV ‘내가 매일 기쁘게’ 제작진 일동이 배우 신현준 씨를 대신해 사과했다. CTS의 대표 간증 프로그램 진행자가 불교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에 간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제작진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제작진은 사과와 함께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단순히 개인의 신념과 판단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환경과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깊이 혜량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현준 씨는 교회 안수집사로서 기독교 방송의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하고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있어 개인의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헌신해 오셨다”고 덧붙였다.

‘템플스테이’에 가족들을 데리고 간 건 진행자인 신 씨인데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는 CTS 제작진이 공개 사과까지 한 건 좀 의아하다. 어떤 의미에선 CTS 제작진도 피해자일 수 있는데 이게 CTS 측에서 사과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제작진이 먼저 고개 숙인 건 CTS 시청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제작진에게 쏟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신 씨가 CTS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서 정식 계약에 의해 책정된 출연료를 받고 출연을 하고 있었다면 사정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밝힌 대로 그가 CTS를 전적으로 후원하는 차원에서 출연한 것이기에 제작진이 신 씨에게 돌아갈 화살을 대신 맞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기독교 TV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간증 프로그램의 고정 MC가 마치 불교를 홍보하는 듯한 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을 일으킨 건 도의적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연예인으로서 출연하는 방송 컨셉에 맞추느라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

사실 연예인 중에 스스로 기독교인이라는 걸 밝히고도 부적절한 처신을 해 구설에 오르내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인이라면서 술집에서 음주를 일삼고 사주 운수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은 경험담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죽하면 연예인들은 인기 떨어지고 불러 주는 데가 없으면 교회를 돌아다니며 간증한다는 말이 나오겠나. 하지만 신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순 없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일반인이 불교 문화를 체험토록 함으로써 불교를 포교하는 간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 기독교인이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기독교인 중엔 ‘템플스테이’가 일정 기간 숙박하며 불교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알고 참여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공기 좋은 산속에서 휴양하며 쉬는 프로그램으로 아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신 씨도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임했을 수 있다.

그런데 ‘템플스테이’는 그냥 단순한 휴양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다. 불교 사찰인 법당에서 예불을 하고 108배를 하는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불교 예식에 맞춰져 있다. 두 손을 합장하고 탑을 도는 것도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템플스테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수십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 유치에 ‘템플스테이’를 연계하는 사업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불교계에 지원하는 국민 세금은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사찰의 신축과 개보수 등에 쓰인다. 전통문화 계승 보존 차원이라고는 하나 국민 세금이 불교를 포교할 목적에 쓰이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경에 하나님은 우상 숭배를 가장 가증히 여기신다고 기록돼 있다. 사찰은 불교인이 믿는 신을 모신 곳이고 그곳에 기독교인이 절을 하는 건 우상에게 절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도 기독교인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이 이것을 용납하실지부터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6:19~20)이라고 말씀하셨다. 성령의 전에 우상을 맞아들일 순 없는 일이다.

어디 ‘템플스테이’ 뿐이겠는가. 성경이 금하는 ‘행음’은 비단 육체적인 음란뿐만 아니라 영적인 음란까지 포함하고 있다. 신앙인으로서 해선 안 될 말과 행동이 복음 전파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