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대 청년 5명 가운데 2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이른바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신성한 결혼제도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9세 청년 중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에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할 때 12.5%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조사 결과 ‘약간 동의한다’는 응답은 10년 전에 비해 약 4% 소폭 증가한 반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이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반면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22.2%로 줄어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이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아 기르는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비혼 출산’이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즉,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 자녀를 출산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이 기증받은 정자로 아기를 낳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유럽국가들, 특히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에서 ‘비혼 출산’은 아주 흔한 현상이다. 서구의 젊은이들이 결혼이란 틀에 묶이지 않고 자유 의지에 따라 자녀를 낳거나 혼자 양육하는 문화가 오랜 기간 사회 분위기로 조성된 탓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부부가 자녀를 낳아 함께 양육하는 걸 존중하고 중시해 왔다. 그런 관점에서 젊은이들의 비혼 출산에 대한 오늘의 인식 변화 흐름은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 일본인으로 한국 방송에 자주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방송인 사유리 씨가 결혼하지 않고 기증받은 정자로 자녀를 출산한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비혼 출산사례를 공개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기가 커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비치면서 당시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논란이 되면서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저출산의 대안으로 삼으려던 것이다. 그러자 교계는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이들의 ‘비혼 출산’ 풍조가 신성한 결혼제도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가정 해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 생명이 태어나려면 남자와 여자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이 필연적이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신 이래 인류가 번성하게 된 것도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신성한 결합의 산물이다.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고 가정의 틀 안에서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는 건 하나님이 만드신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질서이자 규범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간으로서의 기본 질서와 규범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에 차츰 매몰돼 가고 있는 점이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기저에는 성의 질서를 위협하는 급진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가 깔려있다. 급진 페미니즘의 등장 이후 여성과 남성, 결혼과 성, 성과 임신,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질서와 조합이 깨지게 된 것이다.
이런 급진적인 조류에 우리 사회가 휘말리면서 이혼률 증가, 결혼율 감소, 비혼과 동거의 증가, 출산율 하락 등을 커다란 사회 문제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가 급진적 주장 앞에 꼭 따라붙는 ‘인권’이란 타이틀이다. 늘 변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는 법과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몰고 오는데 이것이 진정한 인권의 문제인지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와 함께 사려 깊은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복음주의의료인협회가 지난 16일 광주동명교회에서 예장합동 전남노회 교육부와 함께 주관한 ‘반성경적 가치관과 저출산의 위기’ 주제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한국침례신학대 현숙경 교수는 오늘날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대해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에서 유입된 진화론과 무신론적 가치관, 즉 반 성경적인 가치관이 우생학, 산아제한, 문화적 막시즘, 페미니즘 젠더 이데올로기 등의 형태로 펼쳐지며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산의 문제는 현 교수의 지적처럼 인간이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반성경적 가치관인 비혼 출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선 ‘비혼 출산’을 저출산의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숲은 외면하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이 주신 인권을 자기 결정권으로 여기는 만용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존중, 즉 천부인권적 규범과 질서로 돌아가는 길만이 저출산을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