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이해하는가 하는 것은 선교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오늘날은 선교의 패러다임 중에서 하나님의 선교가 주된 선교의 흐름을 형성하는 상황이기에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에 대한 이해가 하나님의 선교 방향 설정에 중요하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WCC 에큐메니칼 진영이 보여주는 하나님 이해의 주된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경향 중의 하나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성품인 공의와 사랑 중에서 사랑에 더 많은 강조점을 두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분명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창조하신 만물을 사랑하시고, 심지어 그를 반역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를 보내시어 구원하실 정도로 세상을 사랑하신 분이셨다. 그분은 사랑의 원천이시고 사랑 그 자체이시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동시에 철저히 공의로우신 분이시며 공의의 심판을 실행하시는 분이시다. 즉 하나님의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 나타났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거부하는 자에게는 심판을 내리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이런 이유로 개혁자 칼빈은 “...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원수로 여기신다는 사실을 성경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죄인이며, 하나님은 우리에게 있는 죄를 좋아하시지 않는다.”라고 강조하였다. 모두를 사랑하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저버린 자에게는 무서운 심판을 내리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신학의 하나님 이해였다. 전통적인 신학은 사랑의 하나님과 심판을 내리시는 하나님을 함께 강조하면서도 사랑을 거부하는 자에게는 심판을 하시는 하나님을 분명하게 부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신학의 경향과 달리 에큐메니칼 신학은 하나님을 심판의 하나님보다는 사랑의 하나님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처음부터 온 세계를 하나의 집으로 보면서 온 세계의 구원과 샬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온 세계의 하나 됨과 일치, 그리고 온 세계와 하나님의 화해 등에 많은 강조를 두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온 세상과 화해하시고 온 세상을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을 십자가 밑으로 오지 않는다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으로 그리는 것은 에큐메니칼 정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에큐메니칼 문서들 가운데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과 멸망을 강조하는 곳은 거의 발견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모든 만물을 구원으로 이끄는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더 자주 언급된다고 할 수 있다. 웁살라는 “비록 우리가 이 세상에서는 인간적 삶을 위한 완전한 질서를 세울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실 만물의 새롭게 됨을 대망할 때 사정은 나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에서도 우리는 그리스도 밖에 있는 자를 심판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을 말하는 전통적인 신학과 달리 모든 만물을 사랑하시고 종국적으로 새롭게 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에 강조점을 두는 에큐메니칼 신이해의 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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