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GBTQ에 성별 은폐까지, 파리올림픽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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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남자임이 밝혀졌다. 올림픽 경기 내내 성별 논란이 불거졌던 그가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의료 보고서가 유출되면서 성별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모습이다.

지난 5일 힌두스탄 타임즈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칼리프가 ‘XY 염색체’를 갖고 있고 신체 내부에 남성의 생식기인 고환을 갖고 있다는 문서를 프랑스의 한 저널리스트가 확보했다고 한다. 그 문서에서 칼리프가 5-알파 환원효소 결핍 장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장애가 남성에게서만 발견된다는 점에서 칼리프가 남성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의료 보고서는 프랑스 파리의 크렘린 비세트르 병원과 알제리의 모하메드 라민 드바긴 병원 전문가들이 지난해 6월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칼리프 몸속 고환의 존재와 자궁의 부재 등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알제리 두 나라 병원 전문 의사들에 의해 작성된 의료 보고서가 어떤 과정에서 유출된 것인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카리프 본인 또는 카리프 주변인들의 의뢰로 해당 병원에서 검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면 최소한 칼리프는 이 내용을 알고 사실을 숨긴 채 올림픽에 출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칼리프의 성별 논란은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가 주최한 뉴델리 세계 챔피언십에서 시작됐다. 그가 ‘XY 염색체’를 가진 남성으로 밝혀지면서 IBA측이 경기 출전을 금지한 게 발단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편파 판정과 심판 매수 등을 이유로 IBA를 2020 도쿄올림픽부터 퇴출한 후 성별 논란이 있는 칼리프를 여성으로 인정해 파리올림픽 자격을 부여했던 것이다.

칼리프는 파리올림픽 복싱 16강전에서 이탈리아 안젤라 카리니를 상대로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리프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하고 곧바로 기권한 카리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살기 위해 경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가 남성의 염색체를 가진 선수와 경기하다 주먹에 코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고 결국 기권패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스포츠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칼리프는 모두의 예상대로 8강전과 4강전 모두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결승 상대인 중국의 양류에게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한 불공정한 경기를 했다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올림픽 이후에도 성별 논란이 이어지자 칼리프는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난 여성이며,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왔다”고 항변하며 성별 의혹을 제기한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생물학적으로 남성임을 입증하는 의료 보고서가 나오면서 이 모든 게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그에게 여자 여권을 발행한 알제리와 그걸 근거로 별다른 조사과정 없이 여성 복싱 경기에 출전시킨 IOC의 무책임은 이제 도의적으로 그칠 수 없게 됐다.

사실 칼리프는 외모와 체형부터 남성으로 의심될만한 특징을 지녔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골격 때문에 여자복싱대회에 출전했다가 신체검사에서 ‘XY 염색체’가 발견돼 출전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런 전력이 있는데도 IOC는 그가 여성 여권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줬다. 이토록 기준이 허술했던 건 동성애와 제3의 성을 옹호하는 유럽 내 기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모든 남성은 ‘XY 염색체’를, 여성은 ‘XX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간혹 성염색체가 XY이면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칼리프의 경우는 ‘XY 염색체’를 가졌을 뿐 아니라 남성의 성기인 고환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그의 신체가 이미 남성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IOC는 칼리프로 인해 촉발된 성별 논란에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칼리프가 생리적으로 남성임이 드러난 이상 이런 규정 자체가 다른 선수에겐 차별이고 불공정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칼리프의 사례는 남자와 여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이를 감추고 경기에 출전한 선수나 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경기에 출전시킨 IOC 모두가 도의적으로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자로서 여자 선수를 상대로 사각 링 위에서 주먹을 휘두른 건 복싱이 아니라 폭력이란 점에서 피해 선수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회복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파리올림픽은 개회식에서부터 드래그퀸이 등장하고, 191명의 성 소수자 선수가 참가하는 등 LGBTQ(동성애) 축제라는 오명이 붙었다. 거기에 비하면 성별을 은폐하고 출전해 금메달을 딴 칼리프의 사례는 아주 작은 오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공정과 역차별, 성적 문란을 계속 방기한다면 올림픽 무용론과 함께 전 세계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철저히 외면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