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려는 데 대해 사카타 마사히로(阪田雅裕.69) 전 내각법제국 장관이 일본 헌법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정권 때인 2004년부터 2년간 법제국 장관을 역임한 사카타씨는 9일자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면 일본은 국제법상 적법한 전쟁은 모두 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고 잘라 말했다.
사카타씨는 "일본 헌법의 9조 2항에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돼 있음에도 자위대의 존재가 인정되는 것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외국 공격을 배제하는 만큼의 실력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넘어 해외에서의 무력행사까지 허용되는 것은 헌법 전체를 어떻게 뒤집어도 그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아베 내각이 국회나 국민투표 등을 거치지 않고 단지 정부의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정 필요하다면 개헌으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헌법해석 변경은 사도(邪道)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교과서에는 '일본 헌법은 국민주권, 기본적 인권의 존중, 세계에 자랑하는 평화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고 돼 있다"면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이 변경되면 일본의 평화주의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내각은 8일 민주당 정권때인 2011년 12월 임명된 야마모토 쓰네유키(山本庸幸) 내각법제국 장관을 퇴진시키고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주 프랑스 대사를 후임 장관으로 기용했다.
아베 정부가 이례적으로 외무성 출신의 '집단적 자위권 긍정파'인 고마쓰 대사를 법제국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바꾸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내각법제국은 국제법상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전쟁포기, 전력보유ㆍ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한 헌법 9조 때문에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고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