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설교자’(Walking pr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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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영어에 ‘walking dictionary’란 말이 있다. ‘걸어 다니는 사전’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의미는 ‘지식이 풍부한 사람’, 즉 ‘만물박사’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시절, 반에 ‘walking dictionary’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전교 1등에다 아는 것도 엄청 많은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walking’이란 단어가 들어간 새로운 용어 하나를 보았다. ‘walking sermon’이란 단어 말이다.

19세기 영국 성공회 신부였고, 고전적인 책들을 많이 저술한 라일(J. C. Ryle)이란 분의 유명한 문장 하나가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Christian is a walking sermon. They preach far more than a minister does, for they preach all week long.”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은 ‘걸어 다니는 설교’이다. 그들은 목사보다 훨씬 더 많이 설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주일 내내 온몸으로 설교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walking sermon’, 즉 ‘걸어 다니는 설교’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은 ‘걸어 다니는 설교’, 다른 말로 하면 ‘걸어 다니는 설교자’라고 말할 수 있다. 강단에서 설교하는 것만이 설교가 아니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나면서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설교란 말이다.

불신자들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성경을 읽고 살아가는 신자들의 삶을 읽는 데 관심이 많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어 문장 하나가 있다. “Do they see Jesus in me?” “불신자들이 내 속에서 예수님을 보고 있는가?”라는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불신자들과 함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때 불신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의 삶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말로만 하는 전도와 전도지로만 하는 전도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 불신자들이 보고 있는 기독교인은 ‘개독교인’이다. ‘개’란 말이 들어가면 부정적인 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맞다. 불신자들이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모습은 아주 부정적이다. 최근 SNS에서 이런 말들이 올라온다. “기독교인들! 제발 십자가 목걸이 좀 하고 다니세요. 우리 피해 다니게요.” “하나님을 떠날 수 없어서 교회를 떠나기로 했어요.” 오죽했으면 이런 글들을 올리겠는가?

현재 불신자들이 바라보는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의 현주소라 할 수 있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반드시 매일 매 순간 불신자들 사이에 ‘걸어 다니는 설교자’(Walking preacher)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불신자들은 성경이나 신앙이나 천국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기 좋아한다. 신앙을 갖지 않는 이들과는 구별되는 삶의 모습에 마음이 열린다.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행동에서 감동받고 존경받는 일이 생길 때 불신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Message)라고 한다면, 그것을 전하는 우리는 ‘메신저’(Messenger)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메시지의 내용이 아무리 귀해도 그것을 전하는 이의 인격이 형편없다면, 그가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는 배척을 당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거짓말은 나쁜 것이니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는가? “너나 잘하세요!”란 비난을 받지 않겠는가?

그렇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말씀이 우리 자신의 부족한 인격 때문에 불신자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거부당한다면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라일의 ‘A Christian is a walking sermon.’이란 명문장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도 ‘걸어 다니는 설교자’(Walking preacher)로서 세상과 구별되는 멋진 삶을 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