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D-1(한국시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할 때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어 누구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유독 낙태, 동성애 이슈가 크게 부각댔다. 낙태, 동성애 이슈가 대선의 판도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된 이유는 아무래도 PC주의에 뿌리를 둔 페미니즘과 동성결혼 법제화로 인한 폐해가 미국 사회에서 매우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1973년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낙태를 합법화했다가 2022년 6월에 이를 전격 폐지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가 거의 반세기만에 번복된 건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해 대법원이 보수우위 구도로 재편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낙태권 폐지는 복음 신앙 정신을 바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돌아가는 일종의 방향 전환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매우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낙태 문제는 ‘경제‧인플레이션’ 이슈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보수 공화당의 지지율을 견인해 온 백인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갈수록 민주당 해리스를 지지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는데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즉 낙태 문제가 대선의 판도를 뒤흔든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의 여러 쟁점 가운데 특히 교계가 주목하고 있는 건 성소수자 문제다. 민주당은 그동안 성소수자들의 권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추진해온 성 소수자 옹호 정책이 미국사회를 망가뜨렸다며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친 동성애 정책을 펴 온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영향으로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LGBTQ’라고 불리는 동성애자가 급증하는 게 현실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친 동성애 정책은 오바마·바이든 정부로 이어지며 점점 더 확대일로에 있다. 미국 내 성소수자 수도 해마다 급증해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전체 인구의 10%가 동성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동성애 이슈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 있다. 예컨대 미국 내 최대 성소수자 단체인 ‘휴먼라이츠 캠페인’이 공개적으로 민주당 해리스 후보 유세 지원에 뛰어든 점이다. 이런 단체가 수백억 대의 정치 후원금을 내는 등 전 방위적으로 민주당을 지원해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성 소수자들의 권익을 위해 더 많은 정책을 펼치게 될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군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성소수자 군인들을 사면 조치했다. 미 국방부는 이를 계기로 성적지향을 이유로 군에서 불명예 제대한 800명 이상의 성 소수자의 명예제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최근 ‘차별금지법’에 따라 성 중립 화장실을 공공기관에 설치해 온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문제는 이런 친 성소수자 정책이 미 국민 사이에서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 교계를 비롯한 보수층은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 온 친 동성애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다. 잇단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미국 복음주의 권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 정부의 친 동성애 정책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그룹은 미국 내 복음주의 교회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보수시민단체들이다. 특히 보수성향 학부모단체들이 자녀들에게 동성애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항의해 들고 일어나면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교육법안을 채택한 주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은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공동체로 가족과 교회를 꼽고 있다. 그런데 연방정부의 정책이 성 정체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미국의 핵심 공동체가 해체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 대선 결과는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의 해리스가 당선되면 ‘한미동맹’의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공화당의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방위비 인상 압력과 미군 철수 등 안보 불안을 야기할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은 거대한 항공모함 같아서 대통령 한사람에 의해 조변색개(朝變夕改)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다만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변수에 다각도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미국 대선 레이스는 종착점에 이르렀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낙태와 동성애 등 복음에서 떠난 이슈가 난무한 이번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결과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온 선조들의 ‘프론티어’ 건국정신을 다시금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