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바람직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목회·신학
학회
장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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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학회, ‘AI와 기독교의 미래’ 주제로 학술대회
한국기독교학회 제53차 정기학술대회 단체 사진. ©한국기독교학회 제공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한우리교회(담임 윤창용 목사)에서 ‘AI와 기독교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53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강연에는 ▲김명주 교수(서울여대, AI연구센터(RAISE) 센터장)가 ‘AI공존시대의 교회’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기독교와 AI의 미래’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인사말을 전한 황덕형 회장은 “신학이 교회와 사역의 현장을 떠날 때 사변화 되고,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을 우리는 작금의 역사를 통해 보아 왔다. 앞으로도 한국기독교학회는 교회와 함께 호흡하며 교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신학을 추구할 것”이라며 “짧은 하루의 모임이지만 신학자들의 좋은 교제와 나눔이 풍성하며 각 학회 모임들도 은혜와 진리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덕형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제공

◆ AI공존시대, 올바르게 바뀌도록 만드는 것이 교회의 사명

김명주 교수는 “크리스천포스트 ‘Artificial intelligence: Blessing or curse?’라는 기사 내용에 따르면 변화가 반드시 발전을 초래하지 않는다. 모든 발전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타락은 인간의 본성이라 기술의 남용을 불가피하다. 장점과 부작용에 대하여 날카롭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주님의 인도를 구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AI는 어디까지 왔는가”라며 OpenAI의 Sora, 중국 Kuaishou 기업 KLING, OpenAI의 Voice Engine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이며, 이미 시작된 AI공존시대”라며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AI 비서, AI 스피커, AI 챗봇 서비스, AI 의사(전문가), 로보 어드바이저, AI 판사, AI 신용등급 평가, 채널 서비스, AI 면접관, 다양한 AI 로봇, 번역 및 통역, 가상 인간,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부캐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신기술의 순기능과 혁신으로 ▲일상생활의 편의성 향상 ▲업무추진의 효율성 증진 ▲경제성장 및 소득 증진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 ▲개인 소통과 연결 기회 확대 ▲교육·학습·고용 기회 확대 등을 꼽았으며, 역기능 및 부작용으로는 ▲디지털 신기술의 비가역성 ▲기술적 대응의 한계 ▲윤리와 법률에 의한 대응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AI는 지금 세상을 크게 바꾸는 중”이라며 “올바르게 바뀌도록 만드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며, 바른 윤리 제시를 통한 시민 역량 증진도 교회의 임무”라고 했다.

또한 “AI는 미래 직업 생태계도 바꾸는 중”이라며 “직업의 변화와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역량교육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며, 교회는 공동체 중심, 성경 중심으로 다음 세대 양성 및 실질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AI가 개인의 삶을 갈수록 불확실하게 만드는 중”이라며 “하나님과의 가까운 관계 즉 영성을 통해서 가야 할 길을 인도 받아야 하며, 영성은 개인이 갖추어야 할 역량 중에서 차별화된 기본 역량”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발제한 손화철 교수는 “기술과 인간됨, 혹은 인간 이해가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은 기독교에 큰 함의를 가진다. 사람이 다스리고 돌보는 자연을 논하고 사람을 사랑하셔서 스스로 인간의 몸을 입으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는 기술이 드러내는 새로운 인간 이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며 “이러한 물음은 기술을 도구적으로 이해하면 제기되지 않을 것이지만, 기술철학에서 다루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교회와 신학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고 했다.

◆ AI의 이면

손 교수는 “Deep learning을 위한 학습 데이터의 가공은 저임금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ChatGPT가 MS 채팅봇 Tay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은 부적절한 컨텐츠가 학습에 사용되거나 결과치로 제시되지 않도록 걸러내는 작업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작업은 경쟁적이면서 억압적인 확경에서 이루어지지만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희미하다”고 했다.

이어 “ChatGPT가 가치판단이 결부되는 내용과 관련해서 적절한 대답을 하고, 부적절한 내용을 게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함과 부적절함 혹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구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데이터 가공 노동자는 일정한 매뉴얼에 따라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 매뉴얼이 누구의 기준을 따르는가의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그 기준이 백인·중산층·개신교도 등이 아니라 하더라도 특정 문화와 지역, 계급에 속한 이들이 기준을 설정한다는 점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ChatGPT가 추구하는 무난함은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표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점과 에너지 문제, 데이터 주권과 저작권, 인공지능과 교육, 경제·존재적 양극화 등을 말했다.

◆ 교회의 역할

그는 “‘기술과 한국교회’는 곧 ‘첨단기술과 한국교회’이다. 복음은 근대 기술·문물과 함께 들어왔다”며 “한국교회는 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적극적이고 기술에 대해 특별한 입장(경각심)을 가진 적이 없다”며 그 예로 메타버스와 Deep Fake를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바람직한 미래기술을 위한 교회의 역할로 먼저는 거리두기와 관찰하기”라며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을 대하는 태도는 전환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은 단순하다. 기술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주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급한 도입보다는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둘째는 검증하기이다. 기술 자체를 이해할 뿐 아니라, 기술의 영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숙고해야 한다”며 “특정 기술사용의 목적과 범위, 한계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과 기술이 야기하는 신학적 문제들에 좀 더 폭넓고 깊은 숙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마지막 셋째는 선도하기와 공생하기다. 기술사회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통한 통찰이 필요하다”며 “기술의 문제에 대해 수용·수동적 입장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해석자의 자리를 추구해야 한다. AI가 기독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기독교가 AI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기술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술의 발전 방향 설정에 일조해야 한다”고 했다.

◆ AI시대, 교회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손 교수는 “AI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어떤 AI가 개발되어야 하나님 나라에 유익한가? 어떤 AI가 좋은 AI인가? AI의 개발과 사용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며, AI의 사용을 어떤 영역에서 권장하고 통제할 것인가? AI를 누가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가”라며 “이러한 물음에 대해 기독교적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라며 “AI의 개발과 사용이 약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되며, 자연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하며, 강자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하고, 거짓을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면 AI의 개발과 사용을 포기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대기술이 삶의 여러 영역에 침범해 들어보면서 기술철학의 물음이 시작되었는데, 이 물음은 기독교에도 여러 가지 도전을 제기한다”며 “인공지능은 탁월한 문제풀이 능력을 보이며 큰 기대와 우려, 다양한 논란을 낳았으며, 그 중 유령노동자, 에너지, 권력이 집중은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첨단·현대기술을 무비판적,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early adopter의 모습을 보여 왔으나, AI 시대에 기술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한 해석과 대응, 그리고 대안의 제시로 하나님 나라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며 “좋은 AI라는 개념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존재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AI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교회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후엔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등 회원학회별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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