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門
아침, 기도의 문을 열고 주님을 만나
내 온갖 고뇌와 슬픔을 고백하면
그는 진종일 나와 함께 계시며
내 길을 인도해 주십니다 잠들기 전
나의 무릎을 꿇고 주님을 찾으면
그는 내 온갖 우수를 걷어버리고
바다와 같은 평안을 주십니다
나는 내 지혜로 해결할 수 없는 온갖
무거운 짐들을 기도의 날개에 실어
멀리멀리 떠나 보냅니다
그러면 내 모든 근심은 씻은 듯 사라지고
내 마음에는 처음 기쁨이 다시 살아납니다
나는 내일을 위한 새 힘을 얻고
삶의 수많은 장애를 이겨낼
용기와 자신을 가집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존재가 되어
사방에서 도움의 손이 끊어질 때
그 때 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일은
기도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그 문 안에는 지혜와 힘의 보고
넉넉함과 평안의 샘이 넘쳐나고 있읍니다(있습니다)
그 문을 여는 이 누구든지
마음껏 퍼 갈 수 있읍니다(있습니다)
또한 그는 일생동안 그 분의 인도를 받고
두 번 다시 절망하지 않으며
언제나 넘치는 기쁨을 소유할 것입니다.
(*괄호는 현대 맞춤법으로 바꾼 단어이다)
도한호(都漢鎬, 1939~) 시인은 경북 경주생으로 한남대와 경희대대학원 영문과 그리고 침신대신대원과 미드 아메리카 침례신학 세미나리를 나왔다. 젊은 시절 일찌감치 시 '벽'(1961년)으로 등단한 아주 유망한 시인이었다. 신학자 겸 대학 교수로 조직신학자였으며 침신의 도약기에 침신대 총장을 역임하였다.
성춘복 시인은 <일깨움의 詩法>에서 히브리 예언자들이 거의 詩人이었으며, 이 예언성과 문명사적 기능 및 시의 존재 사이에는 쉽게 풀 수 없는 깊은 관계가 맺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도한호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임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크리스천 문인들은 늘 프로파겐다 문학이라 평가 절하되는 신앙 시편과 문학적 내공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성교 시인, 윤흥길, 김승옥 작가 등이 아마 늘 그런 치열한 고뇌를 느낀 인물들이었다고 본다.
젊은 시절 유망했던 도한호 시인도 깊은 신앙심과 문학 간 고민의 흔적들을 가진 신학자로서, 열매를 이룬 그의 학문과 시인으로서의 고뇌의 여정이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이 사랑하신 모세와 다윗과 솔로몬이 모두 탁월한 시인이 아니었던가.
도한호 시인도 신학자로서의 공헌 못지않게 기독교 시를 풍요롭게 하는데 쓰임받은 귀한 하나님의 종이었다. 본 "기도의 門"은 도한호 시인의 첫 시집 <外出>(1984)에 실린 초기詩이다.
조덕영 박사(신학자,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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