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션스쿨 종교활동에 손댄 서울교육청

오피니언·칼럼
사설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전교생을 예배 등 종교 활동에 참석하게 한 것에 대해 서울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인권센터)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시정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센터 측은 학교가 학생들의 종교 활동 선택권을 보장되지 않은 걸 문제 삼았지만, 기독교학교의 설립 목적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권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고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미션스쿨로 재학생을 대상으로 예배와 성가경연대회 등 종교 행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이에 반발해 서울교육청에 구제신청을 하자 인권센터가 자체 조사를 진행한 후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권고 조치의 핵심은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종교 활동 참여에 대한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러니 종교 활동을 원하지 않는 학생은 참여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런 교육청의 권고가 학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 편에 서서 내린 일방적인 판단이란 입장이다. 사립학교는 설립 이념에 따라 자율적 교육을 할 헌법적 권리가 있다. 따라서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미션스쿨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전달하기 위해 교육에 종교 활동을 포함하는 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학교 측이 교육청 권고를 납득하지 못하는 배경이 있다.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 이 학교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미션스쿨이고, 예배와 각종 종교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 왔다는 것을 인권센터가 간과한 점이다. 이런 내용을 사전에 학생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학교를 선택하도록 안내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은 이와 다르다. 미션스쿨도 일반 고등학교로 분류돼 있어 종교가 학생의 학교 배정의 주요 기준이 아닌 이상 종교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이런 설명은 현행 ‘고교 선택제’의 취지에서 어긋날 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설립 목적과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우선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미션스쿨에 입학하는 학생이 학교의 종교적 배경을 사전에 모르고 선택했을 리 없다. 사실을 어느 정도라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학교를 선택했다면 학교가 시행하는 각종 종교 활동에 참여하겠다고 동의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고교 선택제’가 모든 학생을 원하는 고교에 진학하게 하는 제도는 아니다. 면학 분위기가 좋고 우수한 학교라고 소문난 고교는 학생들이 많이 몰려 경쟁률이 치열한 반면 그렇지 못한 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한 이 제도는 모든 학생에게 1,2 단계에서 각각 2개교씩 총 4개 교를 선택하게 돼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의 폭을 넓혀 혹시 1단계 지망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면 2단계의 학교라도 들어갈 수 있게끔 제도적 보장 장치를 두고 있다. 이처럼 학생 본인의 선택에 학교 배정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종교가 학교 배정의 기준이 아니라는 교육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종립학교에서 실시하는 종교 교육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속한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종립학교의 종교 교육이 인성 교육과 교양 함양의 일환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션스쿨에서의 종교 교육이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기여하는 중요한 교육적 목표를 지닌 활동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인권센터 학생인권옹호관은 해당 학교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도 배정되는 한계가 있다면서 학교장에게 학생들의 교내 종교 행사 참여를 강제하지 말고 선택권을 부여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또 교육감에게 종교 활동을 운영하는 학교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학생의 종교 자유 보장을 위한 지도 감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센터 권고에 법적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장학 지도 등 다른 식으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돼 해당 학교로선 이래저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학생의 종교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인권센터의 권고는 이를 받아들여야 할 학교 입장에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션스쿨이 존재하는 본연의 사명에 속한 예배 등 종교 활동이 일부 학생들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여파가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부정적으로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 인권센터가 종립학교의 종교 관련 교육에까지 관여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면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와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되고 그건 헌법이 정한 종립학교의 특수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기독교 윤리와 인성을 함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수단을 종교 강압으로 여기는 것만으로도 편향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140년 전 선교사들이 이 땅에 세운 미션스쿨을 통해 훌륭한 민족 지도자와 동량이 배출되었다. 이들이 기독교 뿐 아니라 나라와 사회, 민족에 끼친 선한 영향력은 이루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교사 선발에까지 교육청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실에서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미션스쿨의 오랜 교육적 전통마저 인권의 잣대로 마구 강제하려드는 건 지나친 간섭이고 부당한 압력이다. 교육청이 미션스쿨의 종교적 특수성과 자율성까지 손을 대는 문제가 비단 한 학교로 그치진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강구해 긴밀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