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진영의 주된 관심 중의 하나는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살리는 것인데, 이러한 관심이 에큐메니칼의 신 이해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에큐메니칼 진영의 주된 기관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83년 벵쿠버 회의에서 회의의 전체 주제를 “예수 그리스도 - 세상의 생명”으로 잡고, 소주제들로서 1. 하나님의 선물인 생명, 2. 죽음에 직면하여 죽음을 극복하는 생명, 3. 충만한 가운데 있는 생명, 4. 일치 속의 생명 등을 다루었다.
또한 1991년 캔베라에서는 전체 주제 “성령이여 오소서, 전 창조의 세계를 새롭게 하소서”와 제1분과의 주제 “생명의 시여자시여, 당신의 창조 세계를 지탱하소서”에서 ‘창조세계의 보전’ 문제를 강조하였음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제 1분과에 나오는 “창조의 신학 : 우리 시대의 도전”이 주장하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무엇보다 창조세계 속에 현존하시는 ‘성령’에 대한 주장은 ‘창조의 신학’ 나아가서 ‘생명의 신학’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캔베라는 ‘세계적인 생태학적 위기’가 ‘세계적인 사회정의의 위기’ 및 ‘세계적인 경제정의의 위기’ 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았다.
계속해서 1993년 산티아고의 신앙과 직제 제5차 세계 대회도 WCC의 JPIC (Unit III, 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는 ‘생명의 신학’ (Theology of Life)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또 1998년에 열린 하라레 총회도 “하나님을 돌이키라-희망 중에 기뻐하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 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둔 것은 ‘생명의 신학’이었다. 이 대회는 ‘생명’을 주제로 정의, 평화, 창조 세계의 문제를 접근하였으며, 이 주제를 위하여 세계 22개 지역의 사례연구를 통하여 생명의 신학을 적용하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생명살림을 강조할 때 전통적인 신 이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창조와 구원 가운데 창조보다는 구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진영에서처럼 창조를 강조할 때는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보존하고 종국적으로 피조세계를 모두 구원하는 방향으로 강조점이 주어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구원을 강조할 경우에는 그리스도 밖에 있는 자들에게는 구원이 없다는 방향으로 강조점이 주어질 수 있다.
즉 창조를 강조하면 모든 우주 만물이 구속을 얻는 보편구원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구원을 강조하면 구원을 받는 자와 구원을 받지 못한 자가 나뉘면서 구원받지 못한 자의 구원에 관심을 두게 된다. 구원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하나님 이해에 따르면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그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구원 안에 있는 자와 구원 밖에 있는 자를 나누시고 종국적으로 구원 안에 있는 자들은 영생으로 이끄시고, 구원 밖에 있는 자들은 멸망에 처하게 하시는 것이다.
반면에 창조를 강조하고 창조로 인해 생겨난 생명의 보존과 생명 살림을 강조할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모든 생명을 보존하고 구원하시는 하나님 이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생명살림을 강조할 때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받을 자와 구원받지 못할 자를 나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온 우주 속에 있는 생명을 구원하시는 즉 보편 구원을 이루시는 사랑의 하나님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 책 소개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을 신학의 가장 중심적인 뼈대인 신 이해, 기독 이해, 성령 이해, 성경 이해, 인간 이해, 구원 이해, 교회 이해, 세상 이해, 종말 이해의 틀로 나누어서 분석하였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신학의 심층기저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온 문서들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 신학이 전통적인 선교 신학과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가장 깊은 뿌리 부분에 놓여 있는 핵심 신학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책을 보면 에큐메니칼 신학의 출발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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