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산가족의 한을 방치할건가요. 남쪽이 먼저 이산가족의 북한방문을 전면 허용하면 북한도 응답할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씨가 네 번째 북한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4일 남편 정태일 씨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는 신은미씨의 이번 여행은 특별하다. 평양에 있는 수양딸과 수양조카의 집을 방문하는 일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앞선 방문을 통해 신씨 부부는 안내원으로 나온 김설경씨와 방현수씨 등과 수양가족의 인연을 맺었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들어가 북한주민과 수양 관계를 맺고 그들의 집까지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씨 부부는 "이번 여행은 개인 관광이라 일정도 자유로와 가능하면 많은 곳을 다녀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면서 "그중에는 유도선수 계순희도 들어있다"고 귀띔했다.
북한 체류 18일간 백두산 천지와 함경북도 칠보산, 동해안 도로를 따라 청진, 함흥, 흥남, 원산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와 평안북도 신의주, 황해도 해주와 구월산 등을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다. 신은미씨는 "평양, 원산, 삼지연(백두산)을 빼곤 모두 처음가는 곳들이다. 평양에서도 '민속공원' 등 많은 곳들이 새로운 곳이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이 가는 식당이라든가, 술집 등에 가서 그들과 어울리며 함께 동포의 정을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수양딸 수양조카와의 상봉이라는 신 씨는 "저도 이런데 친형제, 친부모와 헤어져 수십년을 살아온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가족이 헤어져 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사셔야 한다니 세상 어디에도 이런 일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은미씨는 "한국정부에 감히 제안을 하고 싶다.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원하면 누구나 북에 있는 가족을 찾아 북한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남한이 먼저 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상응하는 인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북한여행기는 가감없는 진솔한 묘사로 인터넷을 통해 뜨거운 반향을 얻었고 책까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신씨의 저서는 지난 6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사장 도정일)은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은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전하는 신은미씨와의 일문일답.
- 이번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요
"8월 14일 밤,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이네요. 재미동포 의학자 오인동 선생님께서 그의 저서에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씀을 실감하며 북한으로 떠납니다. 북경에서 하루를 지내고 17일 평양으로 갑니다. 9월 3일까지 18일 동안 가능하면 많은 곳을 다녀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애틀란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자유도선수 계순희 등 남에서 많이 알려진 분들을 만나 볼 예정인데 희망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 3일 평양을 떠나 북경을 거쳐 같은 날 밤 서울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는 여러 강연과 방송출연 및 인터뷰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9월 13일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는 한달간의 긴 일정입니다."
- 북한을 그간 세차례 방문했는데 이번 여행의 감회는 어떤가요.
"이번 여행은 저희도 이산가족 상봉하는 심정으로 가고 있습니다. 설경이도 너무 보고 싶고 또 현수도 그립습니다. 현수는 나이가 40인데 제가 자기의 막내이모와 동갑이라며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부터 저를 '이모, 이모' 하고 부르며 정말 정답게 대해줬습니다. 그외 2차 여행(공연여행)때 피아노반주를 담당했던 평양음대 박혜영 선생, 그리고 공연여행 당시 우리의 접대를 담당해 주었던 '해방산호텔' 레스토랑의 황연희 양 등 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이번 관광은 개인 관광이라 일정도 자유로와 단체관광때와는 달리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여유있게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 처음 가는 곳들은 어디인가요
"평양에서 3일을 머문 뒤 비행기로 백두산으로 갑니다. 지난 번 3차 여행 때는 5월인데도 도로가 얼어 붙어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천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백두산에서 비행기로 함경북도에 있는 칠보산으로 향합니다. 그 곳에서 해변가 동해안 도로를 따라 청진, 함흥, 흥남, 원산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 옵니다. 그외 평안북도 신의주, 황해도 해주와 구월산 등을 관광할 예정입니다. 평양, 원산, 삼지연(백두산)을 빼곤 모두 처음가는 곳들입니다. 평양에서도 '민속공원' 등 많은 곳들이 지난번에는 가 보지 못했던 곳들입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이 가는 식당이라든가, 술집 등에 가서 그들과 어울리며 함께 동포의 정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정은 평양에 살고있는 저희의 수양딸 김설경과 수양조카 방현수의 가정집을 방문하는 일입니다. 평양의 상점에서 고기와 미역을 사들고 그들의 집을 방문해 비록 수양관계이긴 하지만 가족의 정을 듬뿍 나누고 싶습니다. 관광객이 북한주민과 수양가족관계를 맺고 그들의 가정집을 방문하는 일은 북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민족이나 통일이라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 "가고 싶을 때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는, 이렇듯 평범한 일"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이미 통일된 조국을 갖고 산다는 느낌입니다."
- 북미간에 편지왕래가 가능한데 평양의 조카하고 그간 연락은 주고받았나요?
"편지 연락은 가능하지만 저희는 북경에 나와 있는 북한의 '조선국제려행사' 사무소와 이메일로 설경이와 현수의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습니다. 작년 가을 설경이는 결혼을 했고 현수도 딸 잘 키우면서 부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북과 인터넷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수양조카에게 결혼선물로 쿠쿠밥솥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선물 준비하느라고 바쁩니다. 앞으로 태어나게 될 설경이의 애기에게 필요한 육아용품, 설경이 부부와 부모님들께 드릴 선물, 그리고 현수 부부와 딸을 위해서도 이것 저것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쿠쿠밥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북한에서도 220볼트를 사용하는데 미국에서 파는 쿠쿠밥솥은 110볼트용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쿠쿠밥솥을 사가지고 가려고 하는데 품질이 똑같을지 걱정이 됩니다."
- 다음 기회엔 어디를 가고 싶은가요
"저희는 이제부터 해외여행은 주로 북한으로 갈 예정입니다. 남과 북이 다 우리나라인데 남한은 태어나서 살아봤고 또 많이 다녀 봤잖아요. 그러니 지금부터는 북한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우리의 동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험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통해 변할래야 변할 수 없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지난 세 차례에 걸친 북한여행을 통해 확인 했으니까요. 그리고 남편은 전공이 경제학인데 경제보다는 고고학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북한의 유적지들을 찿고 싶어해요. 한국고대사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요."
- 이산가족들은 두분이 부러울거 같아요.
"수양딸, 수양조카를 가진 저도 이럴진대 친형제, 친부모와 헤어져 수십년을 살아온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그 심정이 어떨런지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그 분들께서 가족이 헤어져 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사셔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입이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이런 일은 없습니다. 해외동포 이산가족분들이 평양에 가셔서 헤어진 가족들과 상봉하시는 장면을 목격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적자는 북한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평소 '천만이산가족' 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고작 몇백명씩, 그것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이벤트성 만남으로 그 많은 이산가족분들께서 돌아가시기 전 언제 다 상봉을 하시겠습니까. 그레서 저는 한국정부에 감히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원하면 누구나 북에 있는 가족을 찾아 북한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을,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남한이 먼저 선언을 하자는 것입이다. 그러면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인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