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토론회에 입법 전문가, 독성학 전문가, 변호사, 업계 관계자 참여
‘국민 건강 보호와 불법액상 전자담배 퇴출을 위한 올바른 입법방향’ 다뤄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 불법 실태, 22대 국회 발의 ‘담배사업법 개정안’ 치열하게 논의
㈔시민공론광장과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의 불법 실태와 22대 국회에 발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국민 건강 보호와 불법액상 전자담배 퇴출을 위한 올바른 입법방향’을 주제로 입법 전문가, 독성학 전문가, 변호사, 업계 관계자 등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담배사업법 개정 발의안과 관련한 사실 오인 여부와 위헌 여부, 입법 원칙 등 위반 여부, 국민 건강에 유해성과 역효과 여부, 불법액상담배 단속강화 및 관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 대안 등에 관해 2시간여 동안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사실오인’에 의한 유령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내 유통 중인 합성니코틴 98%는 탈세를 목적으로 연초잎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속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21대 국회에서 연초잎니코틴을 연초줄기, 뿌리 니코틴으로 속여 탈세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국회가 나서 개별소비세법을 개정했으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초줄기니코틴을 사실 오인하여 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결국 유령입법이었음에도 이번 국회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재차 유령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뿐 아니라 “청소년 악영향, 담뱃세 누수, 국민 건강 위협 같은 사회 문제는 입법의 문제가 아닌 단속 부재에 의한 것으로,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은 불법 단속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화학적으로 합성니코틴은 연초잎니코틴 대비 불순물이 적어 유해성 차원에서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합성과 천연니코틴 유해성 비교 평가 연구’ 관련 절차상 흠결이 있다. 이미 결과를 정해 놓고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 체계상 위헌 소지가 있으며, 해외에도 니코틴을 담배로 간주하는 국가는 없다”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담배사업법의 올바른 개정 방향으로는 ‘액상전자담배’ 관련 불법을 근절하기 위한 처벌 규정 강화 및 담배 식별 기준 마련 등이 제시됐다.
이날 이경훈 시민공론광장 대표(유해환경감시단장)는 ‘합리적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방안 모색’에 대한 주제 발제에서 “담배를 담배가 아닌 것으로 속이는 불법행위가 만연하여 청소년과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매우 큰 사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합성니코틴은 연초니코틴 대비 위해성이 현저히 낮고 환경부의 엄격한 유해성 검증을 받고 있지만 담배로 포함될 경우 오히려 유해성 검증 의무가 사라진다”며 “덜 해로운 제품을 선택하려는 국민의 선택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필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사무총장은 ‘불법판매 액상 전자담배부터 단속,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안 모색’에 대한 발제에서 “현재 국회에서 발의한 5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실제 합성니코틴 유통 현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며 “연초잎니코틴(담배)을 무허가 제조·판매하고 있는 불법 카르텔에 속아 오인된 개정안이 나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개정안 발의보다 불법 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짜합성니코틴이 사회에 만연한 것은 정부 및 수사당국이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의 수많은 민원, 제보, 고발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지금부터라도 불법 업체들을 단속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최근 4년간 불법 업체들이 수입한 가짜 합성니코틴 수입량이 472톤에 달하며, 이 양은 향후 50년간 판매할 수 있는 양”이라며 “강력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불법 제품에 대한 몰수 및 추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에서 가습기살균제 등의 흡입독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토론에서 “연초잎니코틴과 합성니코틴은 화학적으로 분자구조는 같지만 유해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며 “특히 연초잎니코틴은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이 검출되지만 합성니코틴은 연초니코틴 대비 순도가 훨씬 높고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므로, 연초니코틴보다 더욱 안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 사례를 들어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흡연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는 전자담배를 유해성 감소 제품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규 광수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현재 합성니코틴 관련 법안 발의의 제안 이유나 목적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법 체계상 맞지 않아 위헌적 요소가 많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법안이 개정된다면 니코틴이 함유된 토마토 같은 채소도 ‘담배’가 된다. 나아가 니코틴의 종류만 수십 가지인데 과세 명확성 차원에서 용어의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을 검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발주한 ‘천연과 합성니코틴의 유해성 비교 평가 연구’에 대해 “계약 절차 위반, 수탁기관의 문제점, 용역 설계상 문제 등의 흠결이 있다”며 “심지어 최근 뉴스에서 중간 연구 결과가 보도되었고 합성과 천연의 유해성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 사실 관계에 대한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송 변호사는 “전국에 실제 유통되는 합성니코틴이 2% 남짓이고 98% 이상이 연초잎니코틴으로 확인된 만큼, 담배사업법에 담배를 담배가 아닌 것으로 속이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 신설 등 구체적인 대안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재영 수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과학적인 검증 과정조차 없는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대안으로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과세 목적이 아닌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의 위해 저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은 “합성니코틴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특정하기 힘들다”라며 “헌법의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WHO는 물론 주요 선진국은 연초잎이 포함된 것만 담배로 정의하고 있고, 액상담배 관련 정책은 성분규제 등 국민 건강에 중심에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포함시킬 경우 세계 각국의 입법례와 국제규범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의 정의에 합성니코틴 제품을 포함시킬지 여부는 먼저 그 유해성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입법의 필요성 및 효과, 각국의 입법례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정부 각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시민공론광장과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불법 액상전자담배에 대한 단속과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결여돼 있다”고 우려하며 “국민의 선택권과 국민 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