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계속 늘어, 교회·교단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해야
‘장애인활동지원사’, 이중직 목회자 위한 대안 될 수 있어
“장애인이 복음화되지 않으면 예수님이 절대 다시 오시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만도 300~400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있고, 지구상 80억 인구 중 12억 이상이 장애인입니다. 이들을 돌보고 복음 전도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목회 일선에서는 물러난 원로목사이지만, 사회복지교육, 신학교육 및 목회자 양성, 장애인 복지 및 선교, 문학 활동 등 제2의 인생은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상문 목사(82)를 최근 경기도 성남 ㈔착한사람들 부설 한국복지문화교육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정상문 목사(새롬교회 원로목사, 예장개혁총회 증경총회장)는 현재 ㈔착한사람들 대표, 한국복지문화교육원 원장, 한국복지장애인활동지원사교육원 원장, 굿피플 장애인활동지원사교육원 원장, 굿피플 장애인활동지원기관센터 대표,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목회대학원 원장, 국제개혁신학연구원 학장, 한국기독교사회복지학회 회장, 에이스원격평생교육원 교강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등 지금도 사역, 교육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뛰고 있다.
또 한국문예춘추 등단자로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는 한편,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및 개혁총회 소속 국신문학회 창립을 통해 창립회장 및 1대 회장으로 신학생, 목회자, 문학인을 양성하는 등 문학인으로서도 활동해 왔다. 행정학 박사, 기독교교육학 박사, 철학박사(상담심리치료), 명예신학박사로, 와이즈맨 제1회 한국봉사대상, 국무총리 표창, 경기도지사 사회교육인 표창, 성남시교육청 교육장 표창 등 다양한 수상 경력도 있다.
정상문 목사는 이날 장애인 선교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주님은 이 지구상에 복음이 다 전파될 때 다시 오리라고 말씀하셨다. 장애인도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하나님이 사랑하신다”라며 “선천적 장애인뿐 아니라 산재나 교통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장애인들도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이 300만 명이 넘고, 미등록자까지 400~500만 명이 된다. 이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목사가 20대인 1960년대부터 장애인 사역에 뛰어들어 지난 60년 동안 장애인 사역을 붙들고 온 계기는, 그 자신이 장애인이었다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치유 받고 목회자로 헌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세 때 양잿물을 먹은 뒤 4세 때 포도막염으로 양쪽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1년에 3~4차례 눈의 백태를 걷어내는 치료를 받아야 했던 정 목사는 중학교 3학년 때인 1960년 전도되었다.
당시 시력을 회복하고 자유로운 언어 구사 능력을 주시면 장애인을 위한 목사가 되겠다고 눈물로 기도하던 그는 1963년 1월 김제 신풍교회에서 조용기 목사가 인도하는 부흥회에 참여해 설교 중 은혜를 받고 기적적으로 고침 받았다. 그해 3월 순복음신학교에 입학해 농아부에서 수화를 배우고, 1964년 맥신 스트로브리지(Maxine Strobridge) 선교사의 지원으로 인천에 농아교회를 개척했으며, 신학교를 마친 후에는 1971년 전주에 에바다 농아인교회를 설립했다.
또 1973년 순복음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에는 부산 농아인교회에 부임했고, 1975년 김제로 돌아와 YMCA 내 김제 에바다교회, 1976년 익산 에바다교회를 설립해 사역한 데 이어 1980년 농아인교회를 사임하고 비장애인교회에서 목회하게 됐다. 그럼에도 장애인 사역을 놓을 수 없어 1981년 부안읍교회 교육관, 1982년 정읍 성광교회에 농아인교회를 설립해 본 교회 예배 후 농아인교회를 방문하며 장애인 선교를 이어갔다. 1987년에는 전주의 연합 장애인 모임인 신망애교회를 재건했다. 이처럼 장애인으로서의 고충을 직접 경험하고, 또 놀라운 은혜로 치유 받음으로 일찍이 장애인 사역에 뛰어든 이래 장애인 복지와 선교 사역은 놓치지 않았다.
정상문 목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10억 명이 넘는 장애인이 있는데, 도시의 장애인들은 문화 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받지만 산간벽지와 시골에 있는 장애인들은 세계 각지를 불문하고 그런 혜택을 못 받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언제 어떻게 예수를 믿을 수 있겠나”라며 “제가 장애인 복음화 사역을 늘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어린이 선교, 선교 신학생 교육을 할 때에도, 일본, 캄보디아, 태국 등 해외 선교 현장을 방문해 부흥회를 할 때도 장애인 선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 현장과 교단에서 장애인 선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정 목사는 “야고보서에 부자와 가난한 자를 네 마음대로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고 했다. 성경의 사복음서에서도 예수님의 신유의 은사가 나타난 자들은 귀신 들린 자, 눈먼 자, 혈루증 앓는 여자, 누워 있는 사람들 등 장애인, 병자가 대부분이었다”라며 “가난하고 병든 자, 장애인들이 교회에 오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목사님들이 있다면 회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교인이 100명 이상 된 교회라면 장애인 부서를 만들고, 장애인들을 위한 목회자와 전도사를 세우면 좋겠다. 장애인교회도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장애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기계 사고가 많아지고, 교통사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의한 질병, 고령화 증가 추세 등으로 장애인이 더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장애인 중 부모의 유전자에 의한 선천적 장애인이 12%, 질병에 의한 장애인이 56%, 교통사고나 기계 사고에 의한 장애인이 32%”라며 “목사님들도 목회하다가 장애인이 되는 분들이 매우 많다. 비장애인 역시 모두 잠재적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UN에서 IQ가 70 이하를 지적장애로 보는데, 그 외 어정쩡한 분들까지 장애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장애인 1천만 명 시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정상문 목사는 한국교회 내에 최소 40%에서 많게는 80%에 이르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치열한 생업 현장에서 일하며 이중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 목사가 운영하는 한국복지장애인활동지원사교육원은 2015년 인가를 받아 지금까지 1만 명 가까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배출했다. 또 교육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10시간 실습을 하는 굿피플장애인활동지원기관 센터를 2020년 인가받아, 장애인 회원들을 돌보고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훈련하고 있다.
정 목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받고 일대일로 장애인과 연결되면, 국가에서 일정 금액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저녁에 일하면 1.5배를 받을 수 있다”며 “이 일을 하면서 기존 목회와 선교 사역은 물론,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 선교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목사님들이 인식이 없어서 교육을 받으러 잘 오지 않았는데, 요즘엔 입소문으로 자주 오신다. 또 코로나 이후 훈련받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돌보는 장애인 연령은 6세부터 64세까지 다양한데, 학생들은 학교 동행만 해 주어도 된다. 또 시각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별다른 체력 없이 안내만 해 주어도 되는 등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장애인들도 많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도 몸만 건강하면 그들의 활동지원사, 매니저, 멘토, 상담사로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 장애인 복지와 선교, 신학교육 등에 헌신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목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큰 교회에 가려고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정 목사는 “예수님은 1백 마리 가운데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가셨다. 그것도 산속에 숨은 한 마리를 찾으러 가셨다.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양은 오지의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들로, 이들을 찾지 않는 것은 예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며 “차세대 사역, 장애인 사역도 다 좋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 오지에도 갈 수 있는 사명감, 병들고 가난한 자에게도 갈 수 있는 사명감 있는 목회자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상문 목사는 ㈔착한사람들 대표로서 현재 교육원이 있는 건물 7층의 장애인 회원 220여 명을 돌보는 일을 책임지고, 6층 교육원에서는 매주 3회 강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와 수필을 쓰며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등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26시간’을 살고 있다고 했다. 정 목사는 “건강 비결은 건강식을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밤 12시 안에 자본 적이 없다. 또 한 달 평균 3~4일밖에 못 쉬는데, 아프려야 아플 시간도 없다”면서 “저는 지금 욕심이 없다. 90세까지만 강의하고 91세에는 다른 목회자들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었다”라며 웃었다.
장애인 복지와 선교, 교육 사역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정 목사는 향후 경기권에 장애인선교센터(장애인활동지원센터)를 단독 건물로 세우는 것이 꿈이고 기도제목이다. 정 목사는 “장애인들이 문화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복음 선교를 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