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한국교회를 거리로 나오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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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한 100억여 원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전달됐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기도회’ 준비위원회가 성도들의 자발적인 헌금을 모아 마련한 이 기금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미혼모 돌봄 단체, 마약 중독 재활 센터 등 우리 사회 약자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한국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 왔다. 130여 년 전 외국 선교사들이 교회를 세워 구령사업에 힘쓰고, 학교와 병원을 지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던 정신이 오늘까지 살아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100억원 기금 전달도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 약자를 향한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보여주는 증표라 할 수 있다.

지난 7일 전달식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사랑의 열매’에 1차로 기부한 105억6327만원에 대해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마련한 것”이라며 “200만 명의 성도가 1만 원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200억 기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조직위의 기금 전달은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기도회’가 단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한국교회 온 성도들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동참하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소외된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선행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말 그대로 한국교회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님께 예배하고, 동성애 확산 저지를 위해 합심해 기도하는 모임이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집회 전에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모금해 사회복지모금단체에 기부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한국교회 연합사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의 경우도 행사가 끝난 후에 헌금을 전달한 일은 있어도 미리 일정 금액을 전달하고 나서 행사를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파격적인 기부에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를 단순히 과시용, 홍보용이라고 하기엔 한국교회가 이번 행사에 거는 목적과 방향성이 너무나 선명해 보인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에 걸 맞는 선행적 결단의 가정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연합예배는 ‘동성애 확산과 차별금지법 저지’라는 중대 목표가 걸려있다. 지난 9월 일제히 열린 장로교단 총회에서 예장 합동과 통합, 백석, 고신, 합신 등 대부분의 교단이 10.27 연합예배 참여를 결의한 것에서 대회에 임하는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또 한교총과 한교연, 한장총 등 연합기관들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 수원중앙침례교회 등 대형교회들까지 모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조직위는 27일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광장을 지나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노상에 100만 명, 현장에 나올 수 없는 성도 100만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한국교회 집회 역사상 단일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0만명 규모의 대회지만 그 인원이 한꺼번에 모일 장소가 없어 100만명은 온라인 참여를 당부하는 중이다.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일각에서 주일에 주일성수를 하지 않고 거리로 나와 집회를 갖는 것을 대놓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0.27 연합예배가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한 주일 정치집회”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교회가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는 맞지만 그렇다고 예배를 드리는 데 있어 불변의 고정 공간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성경적이라 할 수 없다. 구약의 성전과 오늘의 예배당의 개념을 혼동해선 안 될 것이다.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가 주일에 각 교회가 아닌 도심 한복판에 나와 예배를 드리려 하는 건 우리 사회에 밀려드는 동성애의 높은 파도를 막지 못하면 가정도 교회도 국가도 다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주일성수’의 중요성을 몰라서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한데 모여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의 절박성에 있다.

다만 ‘10.27 연합예배와 큰 기도회’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만’로 그친다면 거리에서 아무리 큰 함성으로 기도해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 조직위가 대회에 앞서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금을 모아 이웃 사랑 실천기금으로 전달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동성애 확산으로 무너져 가는 나라와 사회를 살리는 데 온 국민의 관심을 요청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당면 문제들, 즉 저출생 고령화, 청년실업, 미혼모, 마약·알코올 중독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내포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하나님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데 있어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19~20) 하신 주님의 말씀은 숫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합심 기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핵심이 있다. 하지만 합심 기도하는 성도의 숫자가 많을수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표심에 울고 웃는 정치인들이 한국교회 다수가 반대하는 악법에 미련을 갖지 못하도록 정치적 억제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측은 한국교회 다수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데 극히 소수의 보수 세력만이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며 사실을 호도해 왔다. 이들의 말이 얼마나 근거없는 거짓말인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