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오물풍선, 차분한 대응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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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띄워 보낸 오물풍선으로 인해 갖가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민가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가 하면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되는 등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대책이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7일까지 25차례나 오물풍선을 띄워 보냈다. 국내 각 지역에서 발견 수거된 오물풍선만 6천여 개에 달한다. 오물풍선이 떨어지면서 창고와 공장에 불이 나거나 건물 지붕과 차량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도 80여 건에 달한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주변 상공에서 풍선이 발견돼 총 20여 차례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우리 군은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간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군이 실제 대응에 나섰다고 볼만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화약띠’가 발견됐다. 쓰레기를 채운 비닐봉지에 타이머를 장치해 스파크(불꽃)를 일으키게 하고 공중에서 ‘화약띠’를 폭발시켜 쓰레기를 떨어뜨리는 원리다.

오물풍선에서 ‘화약띠’가 발견되면서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게 됐다. 북한이 풍선에 ‘화약띠’가 부착한 건 적정한 위치에 풍선이 떨어지게 할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정한 시간보다 일찍 풍선이 떨어지면 지상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쓰레기 봉지와 함께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오물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난 7·8월에는 경기도 고양·파주 등지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화재가 있었다. 지난 5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인근 공장 화재와 김포공항에서 불과 2㎞ 떨어진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일어난 불도 오물풍선 기폭장치 때문인 걸로 밝혀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화풀이로 온갖 쓰레기와 오물을 풍선에 가득 담아 공중에 날려 보내는 행위는 정상 국가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치졸한 짓이다. 하지만 오죽 대응할 방법이 없으면 저럴까도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단순한 쓰레기 풍선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와 목적으로 만든 ‘무기’였던 셈이다.

이뿐 아니라 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기구를 띄울 때는 가볍고 안전한 헬륨 가스를 쓰는 게 일반적인데 데 가격이 싼 수소를 썼다”며 다만 수소는 스파크에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고 했다. 만약 풍선이 고압선 송전탑 등에 걸려 폭발할 경우 대형 산불과 함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물풍선 수천 개를 살포하는 동안 쌓인 노하우와 데이터가 나중에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쓰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만약 북한이 오물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 물질을 담아 서울 등 대도시에 떨어뜨린다고 가정할 때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오물풍선은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여 정교한 무기 수준엔 아직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오물풍선 하나 만드는 데 대략 10만원 정도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할 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이 수억 원의 비용이 들었을 오물풍선을 계속해서 보내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중에 오물풍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타진할 목적이 있다고 본다. 북한의 잦은 오물풍선 부양에 우리 군과 국민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노리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데 있다. 북한은 경제 파탄과 지난 여름 발생한 대규모 수해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때에 대북방송을 듣고 걸어서 탈북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자 대남심리전으로 덮으려는 의도로 쓰레기 공중 투척이란 비이성적인 수단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일부에서 군이 공중격추 등 물리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군이 풍선을 공중격추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2차 피해의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오물풍선이 생화학 무기로 돌변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안내 문자에 주의를 기울이며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가장 아픈 구석을 건드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국제적 망신을 사면서까지 쓰레기를 공중에 날려 보내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풍선에 담아 보내온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적나라한 북한 주민의 빈곤한 삶의 수준만이 아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이 버린 쓰레기를 공중에 날려 보내면 보낼수록 북한 주민을 가난하고 더 비참하게 만든 나쁜 지도자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손해 보는 장사를 계속하고 할 수밖에 없는 저들의 처지가 참으로 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