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치유상담] 저장장애, 물건을 집안에 지나치게 쌓아두는 병

오피니언·칼럼
손매남 박사의 당신의 뇌는 안녕하십니까

저장장애는 힘겨운 의례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결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축적하기도 한다. ©garystockbridge617
저장장애란 물건을 버리는 데 어려움을 느껴 집안에 엄청난 양의 잡동사니를 쌓아놓고 기본적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발병되고 있으며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2013년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처음으로 소개된 병이다. 전에는 이것을 강박장애라고 하였으나 이번에는 강박 및 관련장애의 질병 코드 안에 신설하여 저장장애를 포함시켰다.

그런데 강박적 사고나 강박 행동의 결과로 물건을 축적했다면, 저장장애가 아니라 강박장애로 진단된다. 저장장애는 힘겨운 의례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결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축적하기도 한다. 지나친 물건의 축적은 강박장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나타나는 경우는 그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진정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특정 강박사고로 인해 물건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강박장애로 인해 물건을 축적하는 경우는 쓰레기, 배설물, 소변, 손톱, 모발, 사용한 기저귀, 썩은 음식 등 괴상한 물건을 축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물건의 축적은 본래 저장장애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저장장애의 임상적 특징을 보면 첫 번째, 실제적 가치와 무관하게 소유물을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주는 일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즉 물건(소유물)을 던져 버리거나 팔거나 누군가에게 주는 일, 재활용 등 모든 종류의 버리는 일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주된 원인은 소유물에 강한 정서적 애착을 느끼거나 물건의 유용성 또는 과학적 가치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소유물에 애착과 책임을 느껴 닳지 않게 한다거나, 또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는 두려움 때문에 신문, 잡지, 낡은 옷, 가방, 책, 편지, 서류 등이 가장 흔하게 저장되는 물건으로, 사실상 어떤 물건이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대상이 되는 물건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무용하거나 가치가 없는 하찮은 것이라도, 이들에게는 대단한 의미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욕구의 대상이다. 그래서 엄청난 양의 귀중한 물건을 모으고 저장해 놓는 경우도 많으며, 보통은 그보다 덜 귀중한 물건들과 뒤섞어 쌓아놓곤 한다.

두 번째, 저장장애 환자들은 목적의식을 갖고 소유물을 저장해 두며, 자신의 소유물을 버린다는 생각을 마주하면 고통을 느낀다. 이 진단기준은 소유물의 축적이 의도적임을 강조하는데, 물건을 수동적으로 축적하거나 소유물이 사라져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는 다른 형태의 정신병과 저장장애를 구분할 수 있다.

저장장애는 인지행동치료의 상담기법이 효과적이며, 가정에서는 한쪽 부분을 치우고 깨끗한 쪽과 비교하여 좋은 환경을 스스로 느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flickr
세 번째, 저장장애 환자들은 엄청난 양의 소유물을 축적해 활동적인 생활 영역을 혼잡하게 가득 채우게 되고, 결국 본래 공간을 그 용도대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부엌에서 요리하기가 불가능해지거나, 침실에서 잠을 못 자거나, 의자에 앉지 못하게 된다. 약간의 생활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활동하기에 큰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래서 저장장애와 정상적인 수집 행동과 구분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수집 행동은 수집한 소유물의 실제적 양이 저장장애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더라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에서 저장장애와 차이가 있다. 저장장애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혼잡함(clutter), 고통, 손상 등은 정상적인 수집 행동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네 번째, 이러한 증상이 임상적으로 상당한 고통, 또는 사회적, 직업적, 자신 또는 타인에게 안전한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등의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의 손상을 발생시킨다. 특히 병 인식이 부족한 경우에 고통을 호소하지 않으며, 기능 손상은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만 관찰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유물을 청소하려는 가족이나 제3자의 시도가 있을 때는 어떤 식이든 상당한 수준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저장장애의 유병률과 발병 경과를 보면, 저장장애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나타나지만, 낮은 연령(34~44세)의 성인보다 높은 연령(55~94세)에게서 거의 3배 더 흔하게 나타난다. 저장장애는 생애 초기에 나타나 후기까지 계속된다. 이 증상은 11~15세 정도에 처음 나타나는데, 보통 50세 이상에서 증상이 시작되면 저장장애의 경과는 만성적으로 계속 악화되며 증상이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저장장애를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스트레스나 외상을 경험했을 때 발병되며, 꾸물거리거나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많이 나타난다. 환자 및 환자의 일차 친족에게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핵심 특징은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여성의 경우 남성과 비교해 더 지나친 습득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지나친 물건 구매가 흔하게 나타난다.

저장장애의 동시이환을 보면 저장장애 환자 중 약 75% 정도가 동시이환, 기분장애 또는 불안장애를 지닌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동시이환 상태는 주요 우울장애(50% 이상), 사회불안 장애(사회적 공포증), 범불안장애이다. 저장장애 환자 중 20%가량이 강박장애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증상을 동시에 지닌다. 지나친 물건의 축적은 전전두피질의 앞쪽 복내측과 대상회의 손상으로 올 수 있으며, 앞쪽 측두엽의 변성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신경인자 등의 퇴행성장애의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손매남 박사
저장장애는 인지행동치료의 상담기법이 효과적이며, 가정에서는 환자에게 강압적으로 말하거나 거부하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물건더미가 있는 한쪽 부분을 치우고 깨끗한 쪽과 비교하여 좋은 환경을 스스로 느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저장장애로 가족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건강은 물론 가족의 정서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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