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목사님 한 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총장이라는 직함에 대해 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목회가 힘드니까, 또는 총장이 편하게 보이는 것 같고 또 존경(?) 받는 것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목회자와 총장이라는 두 가지를 생각해봤다.
나는 기본적으로 목회자들을 존경한다. 왠고하니 목회가 힘들기는 하지만 가치있는 일인데,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 성도들과 부대끼면서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존경할만하다. 반면에 총장이라는 직책은 좀 메마르고 건조한 것이 사실이다. 대상은 학생들이라 가르치는 분위기이고, 직원들은 운영에 관계된 것이니 관리 측면에서 나는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회와 같이 무조건 돌보고 도와주는 역할이라기 보다는 훈련시키고 좀 엄격하게 하는 면이 있다.
학생들은 우선 자신들이 준비되어야 하기에 그들을 돌본다는데 치중하기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미래의 목회를 위해서 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것이 신학교의 역할인 것 같다. 일반 성도들도 신학교에서는 그런 훈련이 되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 같다. 준비 안 된 신학교 졸업생들이 목회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목회한다고 덤벼드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 시행착오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성도들에게 상처까지 준다면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기에 목회자와는 다른 측면이라고 봐진다.
한번은 존 스토트 목사님께서 학장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캠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BA), 신학은 Ridley Hall (theological college)에서 공부하고(M.Div) 안수를 받으셨다.
영국에서 성공회 목회자가 되는 데에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주요 대학원(M.Div)으로 두 군데를 예로 들어보는데, 하나는 캠브리지에 있는 Ridley 신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옥스포드대학의 Wycliffe 신학교이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캠브리지대학을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Ridley 신학대학원으로 가서 공부하였기에 거기에 동문이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All Soul Church에서 목회하고 있을 때 모교인 Ridley에서 학장으로 모시고자 했는데 존 스토트 목사님은 목회를 택했다는 것이다. 목회자로서 훌륭하고 또 학교의 동문이기에 당연히 그런 제의가 있을 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교장 보다는 목회가 더 낫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 돌이켜보면 계속해서 목회만 하셨기에 더 훌륭한 일을 해내신것 같다. 유럽의 빌리 그래함이라고 불리워지지 않았는가! 그때 목회자로서의 선택을 잘하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양쪽 다가 장단점은 있기에 어느 것이 더 낫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단지 주어진 은사와 그것이 필요한 곳에서 사용되면 될 것 같다. 문제는 목회를 해야 할 사람이 학교장을 한다든지, 또는 학교장이 되어야 하는데 목회를 한다든지의 잘 맞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기도 한데, 이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서병채